경주 불국사에 있는 석가탑의 동측 상층기간 갑석(甲石·돌 위에 포개 얹은 납작한 부분)에 길이 132cm, 최대폭 5mm의 긴 균열이 발생했음을 1일 정기안전점검 과정에서 발견했다고 문화재청이 3일 밝혔다. 석가탑을 구성하는 암석인 화강암의 풍화 전공자로서 필자는 보도를 접하고 숭례문 화재에 비견될 정도로 큰 충격이어서 현장을 답사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석탑 상층부의 직사각형 3개의 암석덩어리가 이를 떠받치는 하부의 평편한 암석인 상층기단 부위와 딱 붙은 것이 아니고 약간 틈이 벌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틈새가 들떠있으면 하부 평편한 암석의 좁은 면에 상부 암석의 무게가 집중되므로 암석이 깨질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옛날 탑에서 무쇠로 틈새를 메운 건 무게가 한쪽으로 집중되지 않도록 분산시킨 지혜이다. 그런데 석가탑에는 여러 군데서 틈새가 벌어져 있는데도 이와 같이 쐐기 역할을 하는 장치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
우선적으로 탑 안쪽에서 빠져나간 적심석 대신에 토사를 암석 틈새 사이로 채워 넣고 상부와 하부 암석의 틈새는 무쇠를 끼워놓는 간단한 응급처방만 했더라면 균열까지 발생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응급조치는 안 하고 계측기를 석가탑에 붙여놓고 해체할까 말까를 관찰만 했다니 이해가 안 된다.
그러므로 필요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외부 자문과 안전진단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금번 석가탑에서도 계측자료를 문화재연구소에서 자체적으로 분석하지 못하고 외부 기관에 의뢰하여 안전하다고 판단한 결과에 따라서 계측을 중단하고 방치하다가 균열된 것이다.
현재 1400개의 석탑과 수백 개의 마애불이 있는데 최소한 국보급 석조문화재만이라도 자체적으로 총괄 관리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재를 일부 특정 분야 전공자의 전유물로 간주하면 안 된다. 인접학문 전공자도 함께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인은 여기에 필요한 예산을 배정하고 인원을 충원해야 한다. 동시에 훼손에 따른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면 처벌이 두려워서라도 석조문화재를 제대로 관리할 것이다. 이제는 석가탑의 눈물에 우리 후손들이 진실로 사죄해야 할 때이다.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