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오빠’ 이상민 떠난 코트에 이승준 열풍

2010년 12월. 프로농구 삼성의 귀화 혼혈 선수 이승준. 그의 얼굴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11월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았고, 만점 활약으로 박수를 받았다. 소속팀에서도 에이스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력과 체력마저 보완하며 한국 농구 최고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 핸섬 가이? 선한 인상이 더 좋아
무대와 주인공은 같다. 하지만 3년 만에 상황이 180도 변했다. ‘영원한 오빠’ 이상민(은퇴)이 떠난 농구 판에 이승준(미국 이름 에릭 산드린·32·사진) 열풍이 뜨겁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삼성 팬 절반 이상이 승준이의 팬”이라며 “최근 유니폼 판매량이 급증했다. 인터뷰와 화보 촬영 요청 등이 쇄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더 강력한 무기는 선한 인상에 해맑은 웃음. 삼성-전자랜드 경기가 열린 지난달 30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만난 이승준의 여성 팬 신미정 씨(28)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미소에 빠지고 싶다”고 했다. 다른 여성 팬 김유선 씨(30)는 “특히 올 시즌 머리를 기르고부터 착한 인상이 한결 도드라져 보인다”며 웃었다.
○ 투박한 플레이? 인간적이라 더 매력
이승준의 플레이는 곱상한 외모와 달리 투박하다. 삼성 안준호 감독은 “코트에서 이승준은 다소 뻣뻣하고 직선적이다. 하지만 이승준이기에 그런 모습으로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고 했다. 훌륭한 체격(키 204cm, 몸무게 100kg)에 상대를 앞에 두고 덩크 슛을 할 만큼 발군의 운동 능력이 있기에 투박해 보이지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농구연맹(KBL)의 한 심판은 “팬들은 ‘예쁜’ 얼굴의 이승준이 코트에서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용병 못지않은 탄력으로 덩크 슛을 날릴 때 대리 만족을 느낀다. 가끔 어이없는 실수를 해도 이승준이기에 오히려 인간적인 매력으로 포장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간단하지만 고개가 끄덕거려지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직도 대표팀 유니폼을 보면 심장이 두근거려요. 한국 음식도 좋고,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도 좋고…. 제가 한국을 사랑하니까 사람들도 저를 좋아해주는 것 아닐까요.”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