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밴텀급 세계 챔피언에 등극했을 때의 홍수환.
TV에서 보고 또 봐서 완전히 머릿속에 새겨진 '4전5기 신화'가 탄생하는 바로 그 장면이다.
1977년 11월27일 낮 12시30분(한국시간) 파나마의 뉴파나마체육관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페더급 타이틀전.
'지옥에서 온 악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살인적인 돌주먹을 과시했던 카라스키야는 2회전에서 홍수환을 밀어붙여 4번이나 다운을 시켰다.
당시 경기를 생중계하던 아나운서조차 "역부족입니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카라스키야를 눕힌 뒤 바라보고 있는 홍수환(오른쪽).
홍수환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며 카라스키야를 향해 원투 스트레이트를 내뻗었다.
그리고 휘청하는 카라스키야의 턱에 왼손 훅을 작렬시켜 통쾌한 대역전 KO승을 거뒀다.
사실 홍수환의 이 '4전5기' 역전승은 세계복싱 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가히 '신화'라 할만하다.
그 이유는 '한 선수가 한 회에 3번 다운 당하면 KO패로 인정한다'는 복싱 규정이 있기 때문.
그런데 이날의 대결을 앞두고 룰 미팅 때 주먹에 자신이 있었던 카라스키야 측에서 프리 녹다운제를 제안하는 바람에 이 경기에만 무제한 다운제가 도입된 것.
홍수환의 이 '4전5기 신화'는 우리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인구에 회자되며 전 국민이 시련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됐다.
인기 강사로 활동 중인 홍수환.
그는 앞으로 각계 인사 40여명의 일원으로 평창이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적극적으로 지원 활동을 할 계획이다.
홍수환 씨와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 도전에는 한 가지 인연이 있다.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는 2011년 7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결정된다.
그런데 이 더반이야말로 홍 씨가 1974년 7월 3일 남아공의 아놀드 테일러를 누르고 WBA 밴텀급 타이틀을 차지한 곳이기 때문이다.
평창은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 때 결선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캐나다 밴쿠버에 53대 56, 3표 차로 졌고,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할 때에는 러시아 소치에 결선 투표에서 4표 차로 아깝게 패했다.
33년 전 홍수환의 '4전5기 신화'에 이어 이번에는 평창이 '2전3기'의 역사를 쓰기를 바라며 새해를 기다린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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