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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55층 호텔 옥상 수영장…회전 관람차… 옥탑 바… 싱가포르는 진화 중

입력 | 2010-12-10 03:00:00


○ 밤이 아름다운 싱가포르

해발 200m 높이의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옥상에 조성한 야외풀. 싱가포르 도심이 360도로 조망되는데 이런 풀로는 세상에서 가장 높다.

싱가포르의 매력은 밤에 빛난다. 그 이유, 첫째. 기온이 내려가서다. 우기인 지금(12월)이 특히 그렇다. 싱가포르에서는 요즘 날씨를 최고로 친다. 나도 10여 차례 다녀왔지만 시원하다고 느끼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둘째, 사랑스러운 야경이다. 한동안은 금융가의 스카이스크레이퍼(고층빌딩)가 펼친 야경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완벽히 바뀌었다. 올 4월 개관한 마리나베이 샌즈(카지노호텔 및 쇼핑, 컨벤션센터) 덕분이다. 그 풍경은 전 세계 어떤 도시도 흉내 낼 수 없는 환상, 그 자체다.

셋째는 음식과 술로 상징되는 다이닝(dining) 천국이어서다. 싱가포르 강가 클라크키(강변 식당가)에서, 수많은 고급호텔과 레스토랑에서, 곳곳의 호커센터(싱가포르 전통 방식의 푸드 코트)에서 밤은 먹고 마시려는 이들의 즐거운 쉼터다. 마지막으로 이즈음 싱가포르 도심을 화려하게 변신시키는 크리스마스 전등장식 때문이다. 세상 어디서도 도시 전체가 이렇듯 화려하게 크리스마스 매직 시티로 변하는 곳은 찾을 수 없다.

○ 히포(Hippo·하마)버스로 싱가포르 도심 드라이브

이온 오처드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싱가포르관광청 여행정보센터 앞. 지난달 20일 밤 ‘스타라이트 셀리브레이션’(올 크리스마스 시즌 전등장식 이벤트 명칭) 점등식이 끝난 후 거기에서 히포버스에 올랐다. 크리스마스 조명장식으로 치장된 오처드 로드를 직접 살펴보기 위해서다. ‘히포’라는 이름의 이 2층버스는 관광용으로 만든 것인데 지붕이 없는 2층에 오르니 전망이 기막혔다.

오처드 로드의 이온 오처드 쇼핑몰 앞에 차려진 거대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물. 보석 브랜드 티파니가 협찬한 것으로 트리 구조물 내부가 티파니의 블루박스를 연상케 하는 푸른 조명으로 연출됐다.

오처드 로드의 조명장식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도로를 가로질러 아치처럼 내걸렸다. 그 높이는 2층버스의 좌석에서 일어나면 머리에 닿을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 도로 역시 번잡한 쇼핑가를 천천히 통과하는 자동차 행렬의 앞뒤 불빛으로 불야성을 이뤘다. 당시 기온은 24도. 지붕 없는 버스 2층 좌석에서 달리는 버스로 불어오는 맞바람에 시원함이 느껴졌다. 2층버스의 옥탑좌석 여행은 생각보다 재밌었다. 위로는 현란한 크리스마스 전등장식이, 양옆으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한껏 치장한 쇼핑몰이, 보도 위로는 행인의 지나치는 모습이 동시에 펼쳐져서인데 주마등처럼 이채로웠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전등장식이 사라졌다. 어두컴컴한 도로를 얼마간 달리자 다시 전등장식으로 밝힌 거리가 이어진다. ‘마리나베이 크리스마스 스플렌더’ 전등장식 거리다. ‘원 풀러턴’(머라이언이 있는 워터프런트 산책가)을 지나면서부터는 마리나베이의 랜드마크인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이 물 뒤로 선명하게 보였다. 나란히 선 세 개의 타워(55층 호텔)를 기둥 삼아 그 옥상 위에 배 한 척을 올려 둔 모습의 기막힌 건축물. 그 야경을 달리는 2층버스의 옥탑 좌석에 앉아 한밤에 보는 것은 색다른 체험이었다. 버스투어는 한 시간 정도 걸렸다.

○ 싱가포르의 야경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식, 싱가포르 플라이어

싱가포르 플라이어는 ‘회전 관람차’다. 그런데 그것을 우리 놀이공원의 대관람차 정도로 짐작해서는 안 된다. 규모가 달라서다. 지름이 150m나 된다. 그래서 꼭대기에 이르면 42층 건물 옥상(높이 165m)에 오른 셈이 된다. 여기서 시야로 조망되는 거리는 42km. 멀리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섬까지 보인다. 캡슐(관람 차)도 대형이다. 열 사람이 앉아서 식사할 수 있을 정도다. 한 바퀴 도는 데는 30분이 걸린다.

이 관람차가 운행을 개시한 것은 2008년 2월이다. 그런데 4월 지근거리의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이 개관하자 또다시 명소로 재등극했다. 마리나베이 샌즈의 기막힌 건축물을 감상하는 좋은 포인트여서다. 이걸 보기 위해 나도 일부러 해질녘을 선택해 탑승했다.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서 건물에 불이 들어왔다. 그러자 세 개의 타워 꼭대기에 사뿐히 내려앉은 외계인 우주선 모습의 건물은 마치 영화 매트릭스 속 세상처럼 변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과 계속 변하는 회전관람차 캡슐의 고도와 위치로 건물 외양도 끊임없이 새롭게 조명됐다. 싱가포르 플라이어가 아니라면 도저히 체험할 수 없는 최고의 볼거리였다.

싱가포르 플라이어에는 캡슐에서 식사(세 코스 정찬·커플당 249싱가포르달러)하며 야경을 감상하는 이벤트(데일리 스카이 다이닝)도 있다. 특별히 24∼26일과 1월 1일에는 제한된 사람에게만 주방장의 특별요리를 제공하는 행사(커플당 299싱가포르달러)도 연다. 오후 7시 반, 8시 반 2회며 1시간 소요. 12월 31일에는 신년 카운트다운 파티(오후 7시∼오전 1시)도 연다. 라인댄스 파티와 마술쇼에 이어 신년축하 불꽃놀이를 공중(캡슐)에서 감상한다.

○ 싱가포르의 새 트렌드, 루프톱 바(Rooftop bar·옥탑 바)

열대의 싱가포르라고 해서 크리스마스를 즐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탕린로드의 탕린쇼핑몰은 매년 이렇게 앞마당에 크리스마스 빌리지를 만들고 비누거품 눈을 뿌려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판타지를 선사한다.

싱가포르를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전문기자인 내가 보기에도 먹고 마시기 위한 곳으로 싱가포르만 한 곳을 찾기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장소를 동양으로 한정해 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래서 이번 취재 여행 중에는 루프톱 바를 중점적으로 찾았다.

굳이 루프톱 바를 찾은 이유. 싱가포르처럼 야경이 아름다운 곳이야말로 루프톱 바의 효용가치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열대기후라 늘 냉방실내에 갇혀 지내야 하는 이곳에서는 신선한 야외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는 야외생활이란 게 기온이 내려가는 밤에나 가능하니 옥탑 바야말로 해결책으로 최고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런 내 짐작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클라크키의 싱가포르 강가 식당에 머물던 야간의 야외 식문화 공간이 최근 빌딩 옥상으로 확장 일로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풀러턴베이 호텔 싱가포르(마리나베이 워터프런트에 위치)의 ‘랜턴’이었다. 스위밍풀과 짐(실내헬스클럽)이 설치된 옥상의 풀사이드 공간이 모두 바였다. 옥상의 좋은 점은 시야와 전망이 좋다는 것인데 뒤로는 금융가의 고층빌딩군, 양옆으로는 마리나베이의 해안, 정면으로는 마리나베이 샌즈와 바다가 조망됐다. 멀리 싱가포르 플라이어도 보였다. 바에는 테이블과 의자 외에도 다리를 쭉 뻗고 누울 수 있는 침대풍의 평상, 지붕이 씌워져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커플소파 등 시설도 다양했다. 거기서 마시는 싱가포르슬링(싱가포르에서 개발된 칵테일) 한 잔은 여권에 찍힌 싱가포르 출입국 도장인 셈이다.

또 한 곳은 10월 오픈한 ‘이온 스카이’다. 이곳은 오처드 로드 중심가의 이온 오처드 쇼핑몰 꼭대기 55층과 56층(높이 218m)에 마련된 전망공간으로 레스토랑(솔트 그릴)과 바가 있다. 오처드 로드에서는 가장 높은데 통유리창을 통해 싱가포르가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이곳에는 ‘비홀드(Behold)’라는 특별한 망원경도 있다. 풍경을 모니터 화면으로 보여주는데 두바이의 최고층 빌딩 부르즈 칼리파에 있는 것과 같다.

○ 하늘에서 수영하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야외풀

센트럴의 금융가 고층빌딩군과 마리나베이의 바다가 두루 조망되는 풀러턴베이 싱가포르 호텔의 루프톱 바 ‘랜턴’. 풀 너머로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이 보인다.

마리나베이 샌즈의 옥상은 배 모양 건축물이다. 이런 디자인은 아직까지 세상에 없었다. 그래서 시선을 끈다. 이런 설계가 나온 이유. 이게 카지노라는 사실만 잊지 않는다면 자명해진다. 건물 자체가 마케팅 수단으로 그 대상은 다름 아닌 카지노 고객.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에펠탑을 가진 파리, 곤돌라가 떠다니는 베네치아를 재현한 카지노 호텔을 짓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옥상엔 무엇이 있을까. 거기서 보는 싱가포르는 어떤 모습일까. 모두들 그런 궁금증에 사로잡히게 마련. 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찾은 해발 200m의 옥상. 그곳은 ‘샌즈 스카이파크’라는 이름의 공원으로 이용됐다. 물론 유료다.

공원 방문객은 입장권을 사고 전용 엘리베이터로 이곳에 오른다. 하지만 나를 안내한 직원은 52층 하이롤러(10만 달러 이상의 고액 카지노 고객)용 스위트룸으로 직행하는 VIP 고객 전용 엘리베이터로 데려갔다. 스위트룸의 화려함은 필설로 다할 수 없을 정도다. 스위트룸용 엘리베이터로 오른 옥상에는 레스토랑이 있었다. ‘더 스카이 57’인데 싱가포르가 자랑하는 프랑스요리 전문가 저스틴 <이 주방장이다. 식당을 제외한 옥상공간은 나무로 장식된 야외풀. 여기서 싱가포르 도심을 내려다보며 수영하거나 선탠하는 기분은 어떨까. 수영장은 호텔 투숙객 전용인 만큼 스카이파크 풀에서 취하는 휴식은 호사의 극치다.

풀은 길이가 150m. 그 끝에 다다르자 펜스로 가로막혔다. 유료 관광시설인 스카이파크 전망대와 구별하는 담이다. 2층 구조의 야외전망 데크는 빌딩옥상에 얹힌 배 모양 구조물의 선두(船頭). 기둥 없이 공중에 돌출된 부분인 만큼 오금이 저릴 만도 하지만 방문객은 알 길이 없다.

○ 여행정보

◇관광 ▽Christmas in Tropics: 싱가포르관광청이 펼치는 크리스마스 시즌 관광이벤트. △스타라이트 셀리브레이션: 11월 20일∼1월 2일 오처드 로드와 마리나베이 거리를 조명으로 장식하는 이벤트. △Celebrate Christmas Singapore: 17∼25일 오처드 로드. 노래와 춤의 거리공연. △Sky-Land-Sea Festive Experience: 19일까지 매 주말 저녁 세 차례. ‘오처드 로드 2층버스투어+싱가포르 강 리버택시 탑승+싱가포르 플라이어 탑승+선물’ 패키지. 29.50싱가포르달러. www.singaporeflyer.com

▽어트랙션 △싱가포르 플라이어: 회전관람차. www.singaporeflyer.com △히포 버스투어: 지붕 없는 2층버스. www.ducktours.com.sg △나이트 사파리: 밤에만 문을 여는 동물원. www.nightsafari.com.sg △이온 오처드: 이온스카이 전망대와 쇼핑몰이 있는 빌딩. 지하에 ‘푸드 오페라’(푸드코트)가 있다. www.ionorchard.com △랜턴(루프톱 바): 풀러턴베이 호텔 싱가포르의 옥탑 바. 영업 낮 12시∼오전 2시. www.fullertonbayhotel.com

▽New Year's Party △Clarke Quay New Year's Eve Countdown Party 2010: 31일 오후 10시, 클라크키의 센트럴 스퀘어. www.clarkequay.com.sg △Marina Bay Singapore Countdown 2010/2011: 31일 마리나베이의 The Float. www.marina-bay.sg/countdown △Siloso Beach Party: 31일 센토사 섬 내 실로소비치. www.sentosa.com.sg/silosobeachparty △Sky Symphony Countdown: 31일 The Jewel Box. 센토사 섬을 오가는 케이블카를 탄 채로 폭죽과 조명 쇼 관람. www.mountfaber.com.sg

▽관광청: www.visitsingapore.or.kr, www.yoursingapore.com

글·사진 싱가포르=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