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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마당]軍복무기간 단축 백지화

입력 | 2010-12-10 03:00:00


《국방선진화추진위원회가 병사의 복무기간을 종전처럼 24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최근 건의했습니다.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18개월로 단축하려던 계획을 백지화하는 내용입니다. 청와대와 국방부는 이 방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는데요, 만만치 않은 반대가 예상됩니다. 국민, 특히 젊은층의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일 뿐 아니라 장기적 병력 수요, 미래의 군 체제 성격과 맞물린 사안입니다.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요?》

[찬] 18개월짜리 군인,전투력 부족

북한군은 10년 넘은 베테랑들… 외국도 24개월 복무 많아


군 복무기간 문제는 젊은 시절 소중한 2년을 군에서 보내야 한다는 ‘시간 상실감’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을 군에 보내는 부모의 애절한 심정 때문에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이다. 복무기간 24개월 환원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으나 안보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정일 정권이 양의 탈을 쓴 늑대임을 알지 못하는 무지(無知), 늑대임을 알지만 양이라고 믿으려 하는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아니면 북한의 군사위협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편안함만 추구하려는 무능(無能)함이다.

 

복무기간을 24개월로 환원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복무기간은 전투능력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북한의 병력은 우리의 두 배에 이르는 120만 명이며 북한 주민은 18세에 입대해서 30세가 되어 제대한다. 그야말로 전쟁전문가가 된다. 우리는 기본훈련을 마치고 속칭 ‘시다’를 면할 때면 제대한다. 전쟁전문가를 상대하지 못한다. 적어도 18개월 이상 복무해야 군의 핵심전력인 전차 장갑차 자주포 함정 전투기 수송기 등 첨단 장비를 운용할 수 있다.

둘째, 심각한 수적 열세는 첨단 무기로도 극복할 수 없다. 국방개혁2020은 병력을 감축하는 대신 국방비를 증액하여 첨단 무기체계를 도입함으로써 대북 억제력을 갖춘다고 했다. 병력 감축은 잘 진행되는데 국방비 증액과 첨단 무기체계 도입은 연기되거나 폐기됐다. 대북 억제력 약화와 남북 전력불균형이 예상된다. 한반도같이 좁은 지역에서의 심각한 수적 열세는 순식간에 회복 불가능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국민의 부담 증가가 명약관화하다. 출산율 저하로 2020년 이후 매년 3만 명 이상의 병력이 부족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산업체 대체복무와 전·의경 등 전환복무를 중지하면 기업의 생산단가 상승과 경찰 및 공중보건의에 대한 고용비용 등 국민의 부담 증가가 훤히 보이는데 당장의 일이 아니라고 덮어둔다.

넷째, 간부급 인력의 확보에 심각한 애로가 발생한다. 복무기간이 단축되면 부사관 및 ROTC 등 간부급을 비롯하여 군의관 등 특수인력 확보가 어려워진다. 얼마 안 되는 봉급을 받으면서 3년 근무하기보다 1년 6개월 고생하는 게 낫다는 것이 젊은 세대의 판단이다. 심각한 간부 부족 현상은 효율적인 군 운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다섯째, 우리의 복무기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과다하지 않다. 안보위협이 없는 오스트리아 핀란드 브라질 등 세계 59개국이 징병제를 실시한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의 복무기간이 24개월이고 이스라엘은 남성이 36개월, 여성이 21개월 복무한다.

군 복무기간 문제를 정치 이슈로 만드는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심정치가 난무하기 때문이다. 권력층 및 부유층의 군 면제는 불법과 비리 유무의 문제이며, 고학력자의 군 면제는 형평성의 문제이지 복무기간의 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 북한의 위협이 지속되는 한 24개월 군 복무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반] 현대戰은 병력 아닌 무기대결

美항모 위세에 北도 무기력… 첨단무기-부사관 늘려야


 

사병의 복무기간을 24개월로 하느냐, 18개월로 하느냐는 문제는 어느 방안이 병사의 전투력을 더 강하게 발휘하도록 만드느냐는 차원에서만 보면 안 된다. 복무기간이 길수록 병사들이 전투력을 더 강하게 발휘할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은 앞으로 어떤 군을 만들어 북한의 전쟁도발을 억제하고, 실제 도발 시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한 가운데 북한의 주전력을 일순간에 무력화하고 통일을 할 수 있는지의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북한군은 10일 안에 한반도 전역을 석권한다는 목표로 소위 단기속전속결 전략을 준비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남쪽 전역을 사정권에 둔 스커드 미사일, 우리의 두 배에 이르는 전투폭격기와 전투함정, 수도권을 일순간에 불바다로 만들 장사정포와 방사포, 전선에서 우리 군 주병력을 무력화할 자주화된 포병, 전후방을 교란하는 17만 명의 특수전 부대와 이들을 침투시킬 항공기 및 공기부양정과 땅굴, 항공폭격과 미사일 및 포병의 공격에도 끄떡없는 지하화한 요새, 산악 및 울창한 산림과 아파트 빌딩으로 이루어진 도시를 야간산악전으로 장악하기 위한 경보병과 전차부대, 10년 장기복무 북한군 병사를 준비했다.

이런 북한군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한국군이 68만 명의 병력에 북한군과 비슷하거나 약간 우수한 성능의 전투장비와 24개월 복무하는 병사체제로 가야 하나, 아니면 북한군의 주전력을 북한지역에 묶어 놓고 이들이 군사분계선을 넘어오기 전에 탐지해 격멸하고 그래도 넘어오는 전력은 우리를 공격하기 이전 단계에서 격멸하고 반격을 가해 북한 전역을 신속히 점령하고 통일을 이룰 첨단 정보과학군 체제로 가야 하나.

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후자로 가야 한다. 첨단 정보과학군으로 가면 현역 병력은 50만 명 전후면 된다. 첨단 정보과학군을 잘 운용하려면 병 복무 24개월도 부족하다. 그래서 부사관 등 중하위직 직업군인을 늘려야 한다. 단기복무 병사 중 필요한 직위에는 3년 내지 5년 근무하는 유급병을 두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의무복무제를 채택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현역 복무를 하지 않는 병역특례자가 너무 많다. 현역 복무 가능자와 불가능자 두 부류로 나누어 병역의 형평성을 맞추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현역복무를 하는 병은 늘어난다. 그러면 일반 병사의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할 수 있고 전투력이 더 올라가는 군을 만들 수 있다. 우리가 가야 할 미래 첨단 정보과학군의 모습이다.

연평도 포격 도발에서 보지 않았는가. 북한군이 병력으로 타격을 가했는가? 아니다. 해안포와 곡사포와 방사포로 타격했다. 우리의 포사격훈련에는 시비를 걸고 포격을 하면서 큰소리치다가 미국의 첨단 정보과학군인 항공모함이 나타나 훈련할 때에는 꼼짝하지 못했다. 과거에는 돈과 기술과 인재가 없어 첨단 정보과학군을 만들 수 없었다.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첨단 정보과학군을 건설할 돈과 군사과학기술, 인재가 있다.

허평환 전 기무사령관 예비역 육군 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