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협상’에서 ‘오바마의 협상’으로
지난달 초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한미 FTA 협상을 타결짓지 못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근로자와 미국 경제를 위해 충분한 협정이 아니었다”고 결렬 이유를 밝혔다. 자동차와 쇠고기 분야의 결과를 염두에 둔 지적 같다. 미국 협상대표들은 ‘자동차는 미국의 정신’이라며 자동차 관세 철폐 시한의 유보를 고집했다고 한다. 추가협상 타결 후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내에서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모두가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는 더 많은 선택을, 미국에는 더 많은 일자리를 의미한다”고 협상 결과를 평가했다. 이는 미국 내에서 한미 FTA의 비준이 순조로울 것임을 예상케 한다.
손학규 대표는 “우리가 양보한 것이 3조 원이고 양보 받은 것은 3000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의 김동철 의원은 “5년 동안 5조 원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 수출하는 완성차 관세 철폐를 4년 유보한 데 따른 관세 부담을 지적한 것이다.
관련 업계는 ‘고맙다’는데 야당은 반대
그러나 정작 자동차업계는 협상 내용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수출품 관세가 낮아지는 섬유업계는 “섬유산업 재도약의 기틀을 다질 수 있게 됐다”며 대환영이다. 미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져 한미 FTA 발효로 손해를 볼 수 있는 축협도 “쇠고기 추가 개방을 막아내고, 냉동 돼지고기 관세 철폐 시한을 늦추는 등 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 노력에 고마움을 표한다”고 성명을 냈다. 한-유럽연합(EU) FTA 체결 때 강하게 반대했던 양돈협회도 한미 FTA에 대해서는 “양돈농가에 의미 있는 성과”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은 협상 결과를 비판하고 비준을 거부하는 근거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자동차업계를 비롯해 섬유 제약 축산 양돈업계가 모두 협상 결과를 환영하고 있는데 이들 야당은 누구의 말을 듣고 반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기업의 이해득실을 정확히 반영한다는 주식시장에서도 관련 업종의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이해 당사자가 좋다는데 무작정 반대하니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치인가. 일본 정부와 업계는 한미 FTA 타결로 일본의 대미 수출이 크게 타격을 볼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의원들은 한미 FTA 발효로 영향을 받게 될 기업과 산업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보았는가. 한 번이라도 미국의 자동차 회사나 미국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 양국관계를 진지하게 논의해 보았는가. 먼저 현장을 찾아가 보고 나서 진정 국민의 고충을 대변했는지, 당파의 이익보다 국가이익을 우선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무엇을 해야 할지 답이 나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