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사물은 거의 다 대칭… 대칭을 부숴야 혁신이 보인다
DBR 그래픽
탁월한 성공을 거둔 신제품 개발 과정을 살펴보면 핵심 아이디어가 종종 해당 분야의 비전문가로부터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그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비전문가는 그 분야의 지식이 별로 없는 동시에 그만큼 그 분야에 대한 고정관념도 적다.
고정관념을 부수고 발상의 전환을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어떤 회사는 신제품 개발 담당자를 1, 2주 휴가를 보낸다. 이 방법은 때로 좋은 결과를 내지만 담당자는 해당 휴가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휴가가 끝날 무렵 새로운 아이디어를 반드시 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고정관념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대칭파괴기법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지금 주위에 있는 무엇인가를 가만히 살펴보자. 의자, 탁자, 모니터, 책꽂이 등 주변의 많은 사물은 대칭적으로 이뤄져 있다. 대칭은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대칭파괴기법을 이해하고 응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칭이라는 의미를 단순한 기하학적인 대칭에서 벗어나 좀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왼쪽과 오른쪽의 색깔은 같다’는 것을 대칭을 이용해 달리 표현하면 ‘자동차는 왼쪽과 오른쪽이라는 공간 차원에서 볼 때 색깔이라는 속성이 대칭이다’로 표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칭파괴기법을 응용해 직접 자동차 신제품을 개발해 보자. 먼저 색깔이라는 속성과 환경이라는 차원을 선택한다. 그런 후 대칭인지 비대칭인지 살펴본다. 자동차는 외부환경이 변해도 은색이면 은색, 흰색이면 흰색으로 색깔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동차는 외부환경 차원에서 색깔이 대칭이다’로 표현할 수 있다. 대칭을 찾았으면 ‘(차원)에 따라 (속성)이 다른(변하는) 무엇’이라는 개념의 가상제품을 만든다. 예를 들어 (외부환경)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자동차를 생각해볼 수 있다. 외부환경이 높은 온도일 때 자동차의 색깔은 밝은 색, 낮은 온도일 때는 어두운 색으로 변하는 자동차를 떠올릴 수 있다. 밝은 색은 빛을 반사하고, 어두운 색은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에어컨이나 히터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
이번에는 (속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자동차를 생각해보자. 만약 시속 60km가 속도 제한인 도로에서 그 이상의 속도를 낼 경우 차의 이곳저곳에 빨갛고 노란색의 점이 마구 찍힌다면 누가 봐도 한눈에 속도위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창피해서 속도를 줄이지 않을까.
외식산업에서도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칭파괴기법의 예가 있다. ‘도미노 피자’ 하면 30분 내 빠른 배달이 먼저 떠오른다. 도미노 피자는 (배달시간)을 차원으로 (가격)을 속성으로 해서 ‘배달시간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피자’라는 제품을 만들었다. 이 전략은 주문 후 피자를 빨리 먹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크게 성공했다.
침대도 대칭파괴기법을 활용하면 경쟁사와 차별화된 신제품을 만들 수 있다. 침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매트리스의 쿠션이다. 현재 나와 있는 침대의 쿠션 강도는 머리가 닿는 부분부터 발끝까지 동일하다. 즉, 공간 차원에서 쿠션의 정도는 대칭이다. 대칭파괴기법을 적용시키면 ‘위치에 따라 쿠션의 강도가 다른 매트리스’라는 가상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 가상제품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면 허리가 닿는 부분은 좀 더 딱딱하게 한 허리보호 침대를 만들 수 있다.
대칭파괴기법의 적용 대상은 끝이 없다. ‘왜 이것은 대칭이어야만 할까’라는 의문을 던짐으로써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시작된다. 아시트의 대칭파괴기법은 매뉴얼처럼 정해진 프로세스를 따라 생각하게 함으로써 고정관념을 허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하철 역 안에서 지하철이 다가올 때 나는 소리를 들어보자. 이쪽이나 반대편 쪽이나 소리가 같다. 계단으로 내려가다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다는 알림소리를 듣고 급히 뛰어 내려가지만 반대편 지하철이다. 이것의 대칭을 파괴하면 ‘위치에 따라 알림소리가 다른 지하철역’이라는 가상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쪽과 건너편 쪽의 알림소리를 다르게 한다는 간단한 아이디어로 승객들의 편의를 높일 수 있다.
대칭파괴기법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기술은 필요에 따라 개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하다.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도저히 실행 불가능한 아이디어일지라도 그 가치가 크다면 누군가가 언젠가는 반드시 실행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비 오는 양에 따라 속도가 바뀌는 와이퍼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지금은 실용화됐다. 아이디어는 아이디어 그 자체만으로도 항상 가치가 있다. 눈을 잠시 감았다 떠 보자.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무엇이든 자세히 살펴보자. 거의 다 대칭이다!
김영식 두싱크 창의력개발연구소장 think@dothi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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