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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권희]치킨 전쟁

입력 | 2010-12-11 03:00:00


롯데마트가 9일부터 치킨을 마리당 5000원에 팔기 시작하자 주문이 대거 몰리고 있다. 예약 주문을 하고 지정한 시간에 찾으러 가야 할 정도다. 이마트가 8월부터 시중의 절반 정도 가격에 피자를 판매한 ‘피자 전쟁’에 이어 ‘치킨 전쟁’이 벌어졌다. 롯데마트 치킨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인근 치킨 가게들은 속이 탄다. 동네 치킨집은 “영세업자 다 죽인다”며 항의시위를 벌이는 판이다. 이마트 피자 할인판매로 인근 피자집 매출 감소는 10% 이내였던 것을 근거로 롯데 치킨의 충격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기는 하다.

▷‘치킨 전쟁’으로 대기업슈퍼마켓(SSM)의 품목 규제 방안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 13일 출범하는 동반성장위원회는 내년 2월까지 산업연구원을 통해 ‘중소기업 적합업종’ 가이드라인을 만들 계획이다. 도산으로 내몰리는 자영업자가 딱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해서도 안 된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명분으로 보호 위주의 정책들을 없앤 게 몇 년 전의 일이다. 대기업의 신규 참여나 사업 확장을 금지하는 중소기업고유업종 제도는 2006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됐다.

▷국세청은 2009년 국내 자영업자가 487만 명으로 경제활동인구의 20%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체의 26%인 126만 명이 음식점 의류점 호프집 등 30개 업종에 몰려 있어 과당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도 지난해 창업자 93만 명 중 35%가 이들 업종의 간판을 내걸었다. 창업 희망자는 인터넷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시군구별 업종별 자영업자 수를 확인해 보면 경쟁이 얼마나 심한 업종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전인우 중소기업연구원 기획조정실장은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가 성장해 생계형 창업 희망자를 흡수해 나가면서 자영업자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단독 경영보다는 프랜차이즈나 슈퍼마켓협동조합 같은 임의가맹점형 체인으로 조직화 협업화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청이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 중인 ‘나들가게(코사마트)’도 같은 상호를 쓰는 공동브랜드를 넘어 공동물류(物流)를 활성화하는 단계로 이어져야 비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자영업 위기의 궁극적 해법은 좋은 일자리 공급을 늘리는 길밖에 없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