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美외교전문 공개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2008년 평양에서 이뤄진 북한과 미얀마의 군사협력 양해 각서 체결 장면이라며 지난해 공개한 사진. 악수를 하는 두 사람은 투라 슈웨 만 장군(왼쪽)과 연평도 포격 도발의 배후로 알려진 김격식 인민군 4군단장(당시 총참모장)으로 추정 된다. 이번에 공개된 미국 외교 전문에도 “미얀마가 핵과 관련해 비밀리에 방북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영국 가디언은 9일(현지 시간) 위키리크스가 제공한 미국 외교 전문을 인용해 “미얀마 군부가 북한의 기술적 도움을 받아 정글지역에 비밀 핵시설 및 미사일기지를 건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에 따르면 익명의 미얀마 정부 고위직 인사는 “양곤(옛 랑군) 서북쪽 약 480km 지점에서 북한 기술자들이 지하 150m 깊이의 군사시설 건설을 돕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외교 전문에 따르면 미얀마 정부의 한 정보원은 지난해 호주대사에게 “핵시설 건설을 위해 러시아는 ‘기술 및 운영 노하우’를 제공하고, 북한은 ‘기반 시설 건설’을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를 위해 육군참모총장인 투라 슈웨 만 장군이 2008년 북한을 방문했다”고 덧붙였다.
2004년엔 북한 기술자 수백 명이 미얀마에서 군 시설 건설에 참여했다는 대목도 나온다. 한 미얀마 외교관리가 미 대사관에 “마궤 주의 이라와디 강 주변 민부라는 마을의 지대공미사일기지 건설 현장에서 북한 기술팀 300명이 일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미 대사관은 전문에서 “외부인의 건설현장 출입이 금지돼 있어 확인할 수는 없다”고 평가했다.
AFP통신은 “양국 군사협력을 다룬 전문은 7월에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주장했던 내용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클린턴 장관은 “미국은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미얀마가 북한의 도움을 얻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가디언은 “미얀마는 줄곧 핵무기 개발을 부인했으며 단순히 원자력발전소를 원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