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중구 을지로 3가에 위치한 전동공구 판매 매장 ‘대명엠앤티’를 찾은 보쉬 전동공구 사업부의 슈테판 하퉁 사장(오른쪽). 그는 책임감 있는 엔지니어들과 적극적인 상인들이 모인 청계천 공구상가는 세계 전동공구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사진 제공 한국보쉬
세계적인 자동차부품·전동공구 회사에서 약 4조5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그가 청계천 공구상가를 찾은 것은 이곳이 전 세계 휴대용 전동공구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드릴 등 휴대용 전동공구는 유선 제품에서 니켈카드뮴 배터리 제품을 거쳐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것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 제품이 보쉬의 국내 휴대용 전동공구 판매량의 4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앞서 가고 있습니다.
정보기술(IT)이나 전자 분야에서 우리가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세터 역할을 한다는 얘기는 익숙하지만 전동공구도 그렇다는 것은 생소합니다. 게다가 그 이유가 청계천 공구상가 때문이라니 궁금증이 더해집니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하퉁 사장은 이날 “상인들을 만나 보니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 엔지니어들은 자신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기술적으로 진화한) 최신 제품을 선호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상인들과 엔지니어들의 적극성이 청계천이라는 밀집된 구조와 만나 빠르게 유행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보쉬에 따르면 지난해 보쉬 전동공구의 매출은 2008년에 비해 약 15%가 줄어들었는데 한국 시장에선 오히려 12%가량 늘었습니다.
박승헌 산업부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