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완 통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미나에서 “북한 주민은 남한 (드라마) 영상을 보면서 ‘저런 나라에서 한번 살아봤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의식변화와 함께 문화적 모방을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남한 영상이 북한 주민의 의식을 변화시켜 탈북을 감행하는 촉매제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황해도의 휴전선 인접 지역과 평양의 고층아파트에서는 한국 TV를 직접 시청하거나 중국에서 밀반입한 다용도 TV 수신기를 이용해 시청하는 북한 주민도 많다.
▷북한 내부 사정에 밝은 김모 교수는 “일부 지역과 계층에서 남한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면서 ‘비공식 문화’가 나타나는 정도지 한류 열풍 수준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가 전한 북한 내부 사정은 놀랍다. 북한 노동당 간부들 사이에는 집에 TV 냉장고 세탁기를 LG나 삼성 제품으로 통일시키는 것이 유행이고 간부 부인들은 설화수 같은 남한 화장품을 애용하고 있다. 데일리NK가 2008년 발표한 북한 상류층의 10대 인기 상품에는 남한의 쿠쿠 압력밥솥이 포함됐다. 북한 체제가 한류를 묵인하진 않지만 당 간부들의 집안 살림에까지는 단속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