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학원가 꽁꽁 얼었지만 음성과외로 꼭꼭 숨어들어
SAT 학원가의 스타였던 ‘제프리 손’. 손모 씨(39)는 현재 미국에 있으면서 SAT를 직접 보고 출제 경향을 분석하는 등 20일 시작하는 겨울강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문제 유출의 핵심으로 지목돼 조사를 받은 손 씨는 현재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 SAT 학원가 ‘썰렁’
10일 오후 찾은 강남의 SAT 학원가는 썰렁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스타 강사만 있으면 한 달에 수천만 원 벌던 시절은 옛날 일이고 요즘은 파리만 날리고 있다”며 “교습 형태가 오피스텔이나 가정 방문 과외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강사 김 씨가 소속돼 있던 학원 대표는 학원사업을 접었다. 손 씨가 현재 소속돼 있는 P어학원은 올 6월경 손 씨를 영입한 뒤 신문 광고를 내고 학부모설명회를 열었지만 효과는 별로 없었다.
○ SAT 시험장 관리감독 철저
시험 주관사인 ETS는 한국 태국 베트남에 한해 새로운 SAT 감독 규정을 만들어 5월부터 적용하고 있다. 새 감독 규정은 △시험 당일 응시과목과 장소 변경 금지 △고사장에서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사용 금지 △22세 이상 응시자 별도 관리 △해외 응시 시 신분증으로 여권만 인정 등이다.
문제 유출의 진원지였던 학원가가 얼어붙고 시험 감독이 강화됐지만 문제 유출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되는 SAT는 문제가 반복돼 나오기 때문에 기출문제가 있으면 고득점을 노릴 수 있어 문제 유출 유혹이 크다. 지난달 SAT에서도 한국 학생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2005년 11월 기출문제가 똑같이 출제돼 한국 응시자들이 ETS에 공식 항의하기도 했다. 유학을 준비하는 박모 씨(19)는 “문제 유출이 되풀이되는데도 시중에서 많이 돌아다니는 시험문항을 그대로 출제하는 ETS가 무책임한 것 아니냐”고 했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불안은 커져만 가고 있다. 김모 씨(21·여)는 “올해 초 문제 유출사건 여파로 시험점수가 잘 나와도 미국 대학들이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미국 대학들은 SAT 고득점이 입학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하지만 외국 학생들이 어학 능력을 증명할 길은 고득점뿐이다”라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4일 시험장 앞에서 자녀를 기다리던 한 학부모는 “올해 국내 고교의 미 아이비리그 합격자가 많이 줄었다는데 SAT 문제 유출사건으로 한국인 유학생의 이미지가 나빠진 탓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동아논평 : 나라 망신시킨 미 SAT 문제 유출
▲2010년 1월25일 동아뉴스스테이션
《 화제의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