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가 되려면? TV볼때 늘 ‘나라면 어떻게 만들까’ 생각!”
방송국 PD가 꿈인 울산여고 2학년 육도영 양(오른쪽)이 롤 모델인 나영석 KBS ‘1박2일’ PD를 만났다. 나 PD는 “방송국 PD에게는 끼보다 팀원과의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거짓말입니다.” 나 PD는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했다. 서울 여의도동 KBS 신관에서 만난 그의 첫마디였다. 방송국 PD가 되려면 신문방송학과나 언론홍보학과에 가야 하느냐는 육 양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방송국 PD가 되는데 학과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대학(연세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했어요. ‘남자의 자격’을 연출하는 신원호 PD는 공대출신이죠. 사실 대학에 갈 때 특별히 가고 싶은 학과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없으면 행정학과에 가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행정학과에 갔어요(웃음).”
그럼 대학에 가서 본격적인 PD 준비를 시작했을까? 아니다. 나 PD는 대학에 가서 연극반 생활을 시작했다. 1학년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동아리 활동에 전념했다. 단역부터 시작해 조연배우, 스태프, 연출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나 PD가 처음부터 PD 시험을 준비한 건 아니다. 처음에는 영화를 하고 싶어 아르바이트로 영화 조연출 활동을 했다. 하지만 갑자기 영화촬영이 중단되는 바람에 두 달 만에 그만두게 됐다. 자신만만하게 도전했던 방송 시트콤 대본 공모전에서는 쓴맛을 봤다. 그러다 2001년 KBS 공채시험에 합격해 PD 생활을 시작했다.
최근 나 PD는 누리꾼 사이에서 1박2일의 ‘제6의 멤버’로 불린다. 카메라 앞에서 출연자들과 재치 있는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 때문이다. PD는 타고난 끼가 있어야 할까?
“요즘 제가 방송에 자주 등장하니까 연예인 끼가 있는 줄로 생각하는 분도 계세요. 하지만 사실과 달라요. 저는 낯을 많이 가립니다. 처음에는 연예인 눈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였어요. 지금도 그래요. 물론 PD에게는 끼나 다른 사람을 이끄는 능력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필수조건은 아니에요. PD는 방송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팀원과 함께하는 회의가 가장 중요합니다. 일종의 집단지성인데요. 프로그램 기획은 동료 PD, 작가와 모여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이뤄져요. 서로 의견을 검증해주고 아이디어에 살을 붙여나가면서 프로그램을 제작하죠.”(나 PD)
“PD가 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되나요?” 육 양이 묻자 곰곰이 생각하던 나 PD의 답변이 이어졌다.
‘환상을 버려라.’ 나 PD는 방송국 PD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적지 않은 학생이 정확한 직업의 특징을 모르고 방송국에서 일한다는 막연한 환상만 가지고 PD를 꿈꾼다는 얘기였다.
“방송국 PD에도 종류가 많아요. 시사교양,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으로 다양한 분야가 있죠. 예능 PD만 해도 저처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코미디나 음악 프로그램을 하는 PD도 있습니다. 돈도 많이 벌고 연예인을 만나서 좋은 직업으로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는 않아요. 연예인과 만나는 PD는 극히 일부죠. 연봉은 일반 기업과 비슷하거나 조금 적은 편입니다.”
나 PD는 촬영 및 편집, 기획회의 등을 하느라 집에 못 들어가는 날이 많다. 인터뷰가 진행된 이 날도 사흘째 집에 못 들어간 상태였다. 육 양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여자는 PD하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는데…”라고 운을 뗐다. 나 PD가 답했다.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에요. 최근 몇 년간 KBS에 들어온 신입 PD 중에 남자가 더 많았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1박2일 PD도 저 빼곤 셋이 다 여자입니다. 육체적으로 힘들 수도 있지만 자신이 좋아서 프로그램에 애정을 가지고 일하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전 국민이 보는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보람을 느낍니다. ”
“오히려 외주업체에서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PD가 많아요. 미디어 빅뱅 시대라고 하잖아요? 앞으로는 어디에 소속된 PD인가보다는 콘텐츠를 만드는 능력을 갖춘 인물인가 여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될 거예요.”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