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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濟宣王이 問曰 …

입력 | 2010-12-14 03:00:00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제후가 지방을 割據(할거)하면서 부국강병을 통해 인민의 수를 늘리고 영토를 넓히려 했던 시기였다. 이러한 때에 각 제후는 인접한 나라와 어떠한 관계를 설정할지 고민했다. 제나라 宣王(선왕)은 이웃 나라와 사귀는 交(린,인)의 방법에 대해 맹자에게 물었다. (린,인)은 隣(린)과 같다. 맹자는 事小와 事大(사대)의 방식을 거론했다. 事大主義(사대주의)라고 하는 말은 맹자의 이 ‘양혜왕·하’ 제3장에서 나왔으되 교린의 올바른 방도를 그르쳐서 이웃 나라를 대국으로 섬기는 경직된 외교정책을 가리킨다. 본래 事小와 事大의 事는 상대국에 대해 신하의 예로 섬긴다는 뜻이 아니다. 禮(예)를 지켜 바르게 교제하는 것을 뜻한다.

有道乎의 道는 올바른 방법이란 뜻이다. 惟仁者의 惟는 唯(유)와 같다. 한문에서는 자주 통용한다. 爲能以大事小의 爲는 ‘∼을 행하다’이다. 以大事小는 대국이면서 소국을 깔보지 않고 소국과 예로 사귀는 것을 말한다. 주희(주자)는 事를 字養(자양)의 字로 보았으나 취하지 않는다. 湯은 은나라 탕왕이다. 탕왕이 박(박) 땅에 있을 때 이웃에 葛나라가 있었는데, 탕왕은 곤경에 빠진 葛伯(갈백·갈나라의 군주)을 도와준 일이 있다. 그 이야기는 뒤의 ‘등文公(등문공)·하’에 나온다. 文王은 주나라를 실질적으로 개국한 군주이고, 昆夷는 중국 서쪽의 이민족이다. ‘시경’에 보면 문왕이 곤이를 예로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월등한 대국이 주변국과 사귀는 방식은 결코 이웃 나라에 대해 자주권을 버리고 순종하라는 식이어서는 안 된다. 하물며 대국이면서 혹여 외교적 관례를 무시한다면 대국으로서의 체통이 어디에 있겠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