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세 가지 리스크 요인에 주목해야 한다. 선진국 재정적자 문제, 신흥국 경기과열 및 인플레이션 우려, 생각보다 빠른 한국 경제의 하강 속도다.
선진국들의 재정적자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11월 미국 실업률이 9.8%로 상승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감세안을 수용했다. 고용 없는 경제회복이 부진한 소비로 이어질까 우려해 재정건전화 요구를 뒤로 미룬 것이다. 감세안이 수용된 상황에서 내년 미국의 재정지출 충족을 위해서는 5000억∼6000억 달러 규모의 추가적인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 이 경우 미국의 재정적자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로 확대되고 이는 영국, 스페인과 유사하다. 최근 스페인의 구제금융 가능성이 간간이 제기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쉽게 무시할 수준은 아니다. 유럽의 상황이 미국보다 나아 보이지도 않는다. 이미 구조조정이 진행된 미국과 달리 유럽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부실 가능성을 안고 있다. 또 유로화라는 단일 통화체계를 보유한 유럽 국가들은 각기 경기 여건에 맞는 통화정책을 구사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재정적자 우려가 심각한 일부 국가는 재정긴축에도 불구하고 자국통화 평가절하를 통한 경상수지 개선을 도모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한국 경기회복 속도가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10월 한국 경기동행지수 순환 변동치가 100 미만을 기록하면서 경기회복 둔화를 넘어 경기가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주요 원인은 국내 기업들이 재고조정 과정에 진입하면서 생산경기도 함께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인 재고 및 경기조정 기간을 대입하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기둔화 영향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실적하향 조정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상 세 가지 위험요인은 결국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모아진다. 글로벌 경기상황에 민감한 실적변동을 나타내는 국내 기업들과 이에 대한 가치를 반영하는 주식시장에는 분명한 위험요인으로 간주될 것이다.
김철범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