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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成長의 중요성 거듭 일깨운 2010 한국경제

입력 | 2010-12-14 03:00:00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년 만에 다시 2만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한국은행이 추정했다. 내년에는 2만3000달러 안팎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2만 달러대에 처음 올라선 2007년에는 원화 환율이 1달러에 평균 900원대로 원화 가치가 초강세였기 때문에 지금의 2만 달러보다 원화 금액은 훨씬 적었다. 이른바 ‘환율 착시(錯視)’ 성격이 짙었다. 1달러가 1100원대인 지금의 2만 달러 소득은 원화로 그만큼 두둑한 것이다. 6%대로 예상되는 올해 고성장(高成長)이 국민소득의 증가를 가능케 했다.

올해 9월의 임금 근로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만6000명 늘었다. 임시직과 일용직은 줄어든 반면 일자리가 안정된 상용 근로자는 61만1000명 증가했다. 세금 수입이 늘어난 것도 경기회복 효과다. 그 덕에 10월까지만 해도 40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였던 올해 말 국가채무가 394조 원에 머물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수정 전망했다. 소득 고용 재정 등 경제의 여러 측면에 ‘성장의 열매’가 맺힌 셈이다.

한국 싱가포르 대만은 빠른 경제성장을 통해 한 세대 안에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부자나라’로 컸다. 반면 경제를 성장시키는 데 실패한 북한은 주민의 굶주림이 일상화된 최악의 상태다. 김일성이 ‘쌀밥에 고깃국’ 타령을 한 지가 20년도 더 됐는데, 그 손자인 김정은이 “몇 년 뒤엔 쌀밥에 고깃국 먹이겠다”고 북한 주민들에게 감언이설을 하는 상황도 ‘성장 없는 경제’의 비극을 잘 말해준다. 1995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시카고대 로버트 루커스 교수는 “경제성장이 인류의 복지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복지 확대도 한계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민관(民官) 연구기관들은 내년 한국의 성장률이 4%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순환시계’ 10개 지표 중 9개가 상승 국면을 벗어나 둔화·하강 추세다. 내년 거시경제지표의 비교 기준인 올해의 성장률이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런 지표만으로 경기 급랭(急冷)을 점치는 것은 성급하지만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 우리 기업들이 더 잘 뛰도록, 그리고 내수시장도 커지도록 규제를 더 풀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힘을 모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