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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방글라데시 근로자 폭동

입력 | 2010-12-14 03:00:00


국내 매출 1위인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만드는 영원무역의 방글라데시 치타공 공장에서 근로자 수만 명이 폭동을 일으켜 현지 근로자 3명이 사망하고 250여 명이 다쳤다. 방글라데시 근로자들은 숙련도에 따라 1∼7급으로 분류돼 임금을 차등지급 받는다. 올해 방글라데시 정부는 7급 근로자를 대상으로 최저임금제를 도입해 임금을 올려주도록 했다. 그러자 1∼6급 근로자들도 임금인상을 해줄 것을 요구하다 과격 시위가 발생했다.

▷시위대는 치타공 지역의 다른 한국 기업도 공격했다. 이번 폭동이 반한(反韓) 감정을 촉발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영원무역은 1987년 일찌감치 방글라데시로 진출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 봉제가공업의 특성상 임금이 싼 나라에서 제품을 만들어 원가를 낮춰야만 수출경쟁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현지 근로자들이 갈수록 높은 임금을 요구해 마찰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이런 지역에선 합법적 노조가 드물어 근로자의 요구가 완충장치 없이 폭력 시위로 곧바로 연결될 가능성을 안고 있다.

▷올해 대만기업 폭스콘의 중국 현지공장에서 근로자 13명이 잇따라 자살해 큰 충격을 던졌다. 이 공장 근로자들은 저임금과 초과 근무에 따른 고통을 호소했다. 올해 6월에는 일본 혼다자동차의 중국공장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대규모 파업이 일어나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중국 근로자의 임금이 높아지자 임금이 더 낮은 곳을 찾아 베트남 등으로 공장을 옮기는 한국기업도 늘고 있다. 근로자들은 임금을 더 받겠다고 시위를 벌이지만 이런 과격 폭력시위는 결국 외국기업을 내보내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인종차별 종교관습 성희롱 같은 생소한 이슈 때문에 근로자의 반발을 낳고 이것이 소송으로 이어져 기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은 값싼 노동력 활용과 선진기업 따라잡기 전략을 통해 글로벌화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제 그것만으로는 안 되고 글로벌 인사관리와 현지화가 글로벌 경영의 핵심이 돼야 함을 이번 사태는 보여주고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