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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투데이]투명한 투자기준과 기업 옥석가리기

입력 | 2010-12-15 03:00:00


39세의 한 고독한 영혼이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고 있다. 바로 위키리크스의 줄리언 어산지다. 이미 이라크전쟁과 관련된 39만 건의 군사비밀 파일을 공개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그는 얼마 전 미국 외교문서를 공개해 미국 정부를 코너에 몰고 있다. 며칠 전 영국에서 체포돼 그의 폭로전쟁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미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는다면 세기의 송사가 될 것임이 뻔하다. 게다가 체포되기 직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초 미국의 한 거대 은행의 비밀문서를 폭로하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앞으론 거대 기업들의 부정과 음모 등에 관한 문서들을 순서대로 공개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어 관련 업체들은 잠을 못 이루게 생겼다. 더구나 그가 잠깐 맛보기로 소개한 사례는 모 석유업체가 경쟁사 석유업체의 원유생산시설에 대해 사보타주를 하겠다는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다.

그럼 그는 왜 돈이 안 되면서 목숨까지 위험할 수 있는 이 같은 폭로행위를 벌이고 있을까. 그는 도덕적으로 좀 더 완전한 사회를 꿈꾼다고 말한다. 투명하고 밝고 거짓과 위선이 없는 이상적인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공자님 말씀이고 현실세계는 그렇지 못하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이익을 남기기 위해 모든 노력을 해야 하는 기업들로선 때로는 합법과 위법의 경계선을 오가게 될 수 있다. 아무튼 지금까지 위키리크스가 폭로했던 것은 주로 정치적 이슈와 관련된 것들이어서 경제계나 금융계는 강 건너 불구경이었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년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바뀐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만약 그가 예고한 대로 거대 글로벌 은행의 치부가 낱낱이 드러날 경우 대고객 관계에서 치명적일 수 있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손해배상 소송이나 주가 폭락 등이 뒤따를 수 있다. 더구나 회사에 불만을 가진 내부자들이 끊임없이 위키리크스에 정보를 제공한다는 소문도 있어 거대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그런데 찔리는 구석이 있는 기업들이 초조한 것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정황도 모른 채 투자했던 투자가들이 졸지에 파편을 맞게 생겼다. 이제부터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투자가들은 위키리크스를 일단 참조해서 투자 판단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키리크스의 등장은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을 것이다. 최근 투자기준 가운데 지속 가능한 기업, 친환경 기업, 좋은 기업, 도덕적인 기업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재무적으로 투명한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윤리와 철학이 기업의 성장과 주가에 직결돼 있음이 증명되어 투자기준으로서 유효성이 중요해지고 있다. 얼마 전 코스닥 일부 업체의 회계부정과 주가조작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우리나라에 위키리크스가 등장해도 투자가들에겐 나쁘지만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