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실력은 PGA 매너는 마이너
1년이면 몇 번씩 해외 스타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굵직한 몇몇 대회에선 PGA, LPGA 스타들에 거액의 초청료를 주고 모셔와 국내 골프팬들에게 흥밋거리를 제공한다.
2010년에도 국내를 찾은 골프스타는 많다. 남아공의 황태자 어니 엘스와 US오픈 우승자 그레임 맥도웰은 발렌타인 챔피언십이 열린 제주도를 찾았다. 케빈 나는 5월 열린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해 한국의 젊은 선수들과 샷 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이들 스타들의 성적은 몸값에 비례하지 않았다. 초청을 받고 출전한 선수 중 우승트로피를 가져간 선수는 한명도 없다.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한 케빈 나는 공동 21위에 그쳤고, 신한동해오픈에 출전했던 비제가스는 공동 20위, 카브레라는 공동 44위에 머물렀다. 이 정도 실력을 갖춘 선수는 국내에도 얼마든지 있다.
4라운드까지 경기를 치른 선수는 몸값이라도 했다지만 몇몇 선수는 일찍 컷 탈락해 체면을 구기고 떠났다.
10월 한국오픈에 출전한 앤서니 김은 제대로 기량 한번 펼쳐 보이지 못하고 일찍 짐을 쌌다. ‘포스트 타이거’라는 평가까지 받으며 한때 세계랭킹 톱10에 이름을 올렸던 스타였지만 한국오픈에서의 성적은 바닥이었다. 첫날부터 허우적댄 앤서니는 결국 2라운드 만에 컷 탈락했다. PGA 스타의 화려한 플레이를 기대했던 팬들의 실망감은 컸다.
이 경우 잘못은 퍼트한 선수에게 있다. 마크가 공이 지나갈 방향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되면 퍼트하기 전 다른 지점으로 이동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요구도 없이 퍼트했다가 공이 마크에 맞자 김시우에게 마크를 치우지 않았다고 나무랐다. 이 장면을 지켜본 골프팬들은 “PGA 선수는 저런 룰도 모르나”라며 실망했다.
대회 스폰서가 수십만 달러의 초청료를 지불하면서까지 해외 스타를 모셔온 이유는 단지 대회 흥행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팬들에게는 TV로만 보던 스타들의 모습을 현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차세대 골프스타를 꿈꾸는 주니어 선수들에겐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하지만 올 한해 국내를 찾은 해외스타들의 성적은 기대 이하였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