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신임투표 314 대 311표로 승리
상대적으로 높은 국민적 지지를 누리던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사퇴 직전까지 몰리게 된 것은 잦은 섹스 스캔들과 마피아 연루 의혹 등으로 야당은 물론 자신의 정치적 동지까지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정치적 운명을 같이해 온 잔프랑코 피니 하원의장은 7월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결별을 선언한 뒤 의원 40명과 함께 연립정부에서 탈퇴했다. 지지율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신임투표 승리로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현 정부는 2013년 차기 총선 때까지 임기를 마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지만 정치 불안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전문가들은 베를루스코니 총리 지지파와 반대파가 근소한 차에 불과해 의회가 마비될 수 있다며 조기 총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한계를 느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수 주일 내에 사임을 발표하고 조기 총선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 당수 피에를루이지 베르사니는 투표 직후 “베를루스코니의 생존은 피투성이 승리에 불과하다”며 “현 총리는 더는 정부를 이끌 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비난했다.
이날 로마 등에서는 10만 명의 시위대가 거리로 나와 베를루스코니 총리 사퇴를 요구하며 행진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