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일 장성급 인사
황의돈 육군 참모총장이 14일 전역지원서를 제출하고 청와대가 이를 전격 수용하자 군 안팎에서는 대대적인 군 물갈이 인사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황 총장 전역의 원인이 된 재산 형성 과정 의혹은 이미 그동안 황 총장의 진급이나 인사 때마다 검증 과정에서 거론됐던 사안이다. 황 총장은 국방부 대변인이던 2002년 8월 서울 용산구 국방부 인근의 낡은 2층 건물을 매입했다. 불과 4개월 뒤 이 지역의 고도제한이 완화됐고 황 총장은 이듬해 그 자리에 6층 건물을 신축했다. 그 결과 구입 당시 공시지가로 5억7000여만 원이던 이 건물의 터 가격은 올해 1월 기준 21억8000여만 원으로 8년 만에 4배 가까이 올랐다. 황 총장은 올해 공직자 재산공개 때 땅값을 포함한 건물가격을 28억여 원으로 신고했다. 이 때문에 국방부가 고도제한을 완화할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알고 재산 증식에 활용한 것 아니냐는 것이 의혹이 제기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황 총장을 대장으로 진급시키며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에 앉히고 올해 6월 다시 육군 참모총장으로 임명할 때는 문제 삼지 않던 것을 최근 일부 언론의 보도 이후 문제를 삼아 전역시킨 것이다. 이 때문에 황 총장의 전역이 단순한 개인의 잘못 때문이 아니라 군 개혁 차원의 물갈이 신호탄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황 총장 후임으로 거론되는 대장 4명 가운데 3명이 육사 동기여서 3명 가운데 한 사람이 총장으로 발탁되면 나머지 2명이 추가로 전역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인사 폭은 더욱 커지게 된다. 청와대 일각에서도 큰 폭의 군 인사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군의 핵심 자리에 있는 사람 가운데 교체해야 할 사람이 몇몇 있는데 그 사람들은 오히려 다른 사람 탓만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하지만 대대적인 물갈이는 군의 안정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불가능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군 관계자는 “연평도 포격 도발 등으로 준전시 상황에서 군의 수뇌부를 모조리 바꿀 경우 안보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면서 “군의 사기 등을 고려해 인사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군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후임 육군총장 하마평과 함께 각 인물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김상기 제3야전군사령관은 고향이 논란이 될 수 있다. 경북 포항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모교인 동지상고를 나왔기 때문이다. 정승조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은 한미 관계를 고려할 때 잦은 부사령관 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박정이 제1야전사령관은 천안함 사건 합동조사단장을 마치고 최근에야 대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철휘 제2작전사령관은 그동안 주로 인사통으로 알려져 있어 어느 때보다 전투 경험과 야전성이 중시되는 현 시점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있다.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