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태. 동아일보 자료사진
부산 여중생 이모 양(13)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강간 살인 등)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김길태(33)가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을 받았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빈)는 15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김에게 이 같이 선고했다. 또 1심대로 20년간 위치추적 장치 부착(전자발찌)과 10년간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했다.
●"우발적 범행으로 사회적 책임도 있다"는 재판부
재판부는 "불특정 다수를 무자비하고 계획적으로 살해하는 등 살아 숨 쉬는 자체가 국가와 사회 가치와 존립할 수 없을 때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평소 성격이나 행동, 이전 범죄 전력 등을 볼 때 계획적이라기보다 우발적 살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살인죄 처벌 전력도 없고 생명권 침해가 한 사람에 그친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언론에 지나칠 정도로 많이 보도돼 엄벌 여론이 형성되고 사건과 관계없는 사람조차 사형 요구 탄원서를 내는 등 1심 재판부의 양형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장 과정에서 가족 학대와 사회적 냉대를 받아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중범죄자가 됐다"며 "사회적 책임을 무시하고 개인에게만 돌리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강조했다. 또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감정결과가 있고 현대 정신과학 및 의학의 불완전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수형생활 중 정신과적 투약을 받은 점으로 볼 때 심신미약 상태는 아니더라도 온전한 정신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길태는 항소심에 앞서 세 차례에 걸쳐 받은 정신감정에서 '반사회적 인격 장애' 외에는 별다른 정신질환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던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판결 두고 누리꾼은 논란
선고 직후 이 양 가족은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 양 어머니(38)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너무 놀랐다. 납득이 안 되고 인정할 수도 없다. 딸만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 딸이 이 판결을 보고 하늘에서 뭐라고 하겠나. 차라리 내가 김을 죽이고 무기징역형을 받겠다"고 분개했다.
누리꾼들은 '사형제를 사실상 무력화시킨 것', '이해할 수 없는 판결', '사형보다 무기징역이 더 고통스러울 것'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부산시민 김모 씨(40)는 "초등학생 성폭행범 김수철도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받았는데 김길태처럼 살인은 하지 않았다"며 "사법부의 양형기준이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부산시민 정모 씨(39·여)는 "무기징역도 사회에서 격리돼 평생 고통을 안겨주는 만큼 결코 낮은 형량은 아니다"고 말했다.
부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
악마의 모습일것 같지만…평범해 더 섬뜩한 사이코패스
▲2010년 10월1일 동아뉴스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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