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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아빠 참여 학교운영委

입력 | 2010-12-16 20:00:00


아이를 명문대학에 보내려면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경제력, 아이의 체력, 아빠의 이해력(혹은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세상이다. ‘4력’이 작동하는 메커니즘의 중심축은 ‘사교육’이다. 어느 학원이 잘 가르치는지 알아내는 것은 엄마의 능력, 엄청난 사교육비를 감당하는 것은 부자 할아버지의 몫이다. 아내가 끼니를 안 챙겨주고 TV 한번 맘대로 못 켜도 가족을 탓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빠의 이해력이란 의미일 게다.

▷직장문화의 특성상 아빠들은 자녀교육 결정 시스템에서 배제되는 소외자요 피해자다. 한국의 아빠들은 잠든 자녀를 보며 아이들의 키를 재는 데 익숙하다. 모든 학교 관련 모임은 낮에 열린다. 엄마의 불안감을 부추겨 장사하는 학원들로서도 ‘논리적인’ 아빠는 반갑지 않다. 아빠만 그런 것도 아니다. 통계청의 한국 사회동향 2010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3분의 1이 맞벌이 가구다. 자녀를 세심하게 챙길 수 없는 ‘직장 맘’의 심리적 박탈감도 크다는 얘기다. 그런 상황에서 학교운영위원회가 내년부터 일과 후 또는 주말에 개최된다니 반갑게 들린다.

▷해외의 연구결과는 아빠의 교육 참여가 아버지와 자녀 모두에게 효과적임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 국립아동발달연구소는 1958년부터 각각 7세, 11세, 16세 아이 1만7000명의 삶을 추적하고 있다. 옥스퍼드대가 이 자료를 이용해 분석했더니 아빠가 교육에 적극적으로 관여할수록 학업성취도가 높았다. 학업성취도뿐 아니라 사회성, 인성, 성취욕구에서도 ‘아빠 효과’는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아이가 아들일 때 효과는 더 컸다.

▷미국 유럽 학교에서는 정기적으로 ‘학부모의 밤(Parent's night)’ 행사가 열린다. 일과 후 학부모들은 학교를 찾아 자녀가 앉는 걸상에도 앉아보고, 학교급식도 먹고, 아이들 친구 부모와 얼굴도 익히고, 교사와 칵테일도 나눈다. 이런 이벤트에 대한 아빠들의 만족도가 특히 높다. 그동안 학교운영위가 낮에 열리는 바람에 전업주부, 그리고 학교발전기금을 낼 수 있는 부유한 개인사업자 위주로 운영됐다는 비판이 있었다. 학운위 시간대가 바뀌면 직장인의 참여가 늘어날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해본 아빠 엄마들이 바꿔놓을 학교가 기대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