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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est]벤츠 ‘ML 300CDI 그랜드 에디션’

입력 | 2010-12-17 03:00:00

얼굴, 경쾌하게 변했는데 묵직한 덩치는 그대로네




메르세데스벤츠 ‘M클래스’는 라이벌인 BMW ‘X5’, 아우디 ‘Q7’ 등과 함께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바람을 주도한 모델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경쟁 모델에 비해 존재감이 확연히 떨어진다. 올해 판매량이 X5 591대, Q7가 302대인 데 비해 M클래스는 222대에 불과하다.

벤츠 딜러들은 ‘메르세데스벤츠=세단’이라는 인식이 소비자들 사이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는 데다 M클래스의 라인업이 ‘ML 300CDI’ 하나밖에 없어 판매에 어려움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지난달 출시한 ‘ML 300CDI 그랜드 에디션’(사진)은 모델을 세분화해 판매를 늘리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190마력을 내는 3.0L V6 디젤엔진과 자동7단 변속기는 기존 ML300CDI 모델과 동일하다. 라디에이터그릴과 범퍼, 휠 등이 고성능 버전인 AMG 시리즈 패키지로 업그레이드됐다.

크게 바뀐 것은 없는 것 같은데 첫인상은 기존 모델과 확연히 달라 보인다. 정장을 벗어던지고 캐주얼한 옷으로 바꿔 입은 듯 세련되고 역동적인 느낌이 든다. 차에 타면 AMG 스포츠 스티어링 휠과 변속패들, 스포츠 계기반이 장착돼 한결 스포티하다.

외관이 역동적으로 바뀌고 실내도 스포티한 느낌이 나지만 주행 성능은 바뀐 디자인을 따라가지 못한다. 2.5t에 이르는 무게 때문인지 저속 상태에서 묵직하게 움직인다. 배기량에 비해 최고출력이 낮은 탓도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9.8초로 국산 2.4L급 중형세단 정도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즉각 반응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부드럽게 가속된다고 느낄 수도 있고, 묵직하게 속도가 올라간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주행 능력의 진가는 시속 100km가 넘는 고속 상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속도가 줄지 않고 관성의 힘으로 한참을 나아간다. 차체 중심이 낮게 설정돼 있어 코너링에서 차체가 심하게 기울지 않고 연속 커브를 돌 때도 차가 덜 울렁거린다.

엔진소리는 디젤엔진치고는 조용하지만 ‘E220 CDI’ 같은 세단 모델 같은 정숙성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실내로 들어오는 엔진소리를 듣다 보면 독일에서 만든 게 아니고 미국 공장에서 생산돼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든다.공인 연료소비효율은 L당 9.8km, 가격은 9150만 원.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