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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필드에선 이런 일이] 한 홀에 12타 ‘망신살’ 장타왕 김대현의 굴욕

입력 | 2010-12-17 07:00:00

7.장타자의 비애 ‘한 홀서 OB 4방’




필드에서 골퍼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건 화끈한 장타 한 방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샷이 10번을 빗나가도 한 번 장타를 때리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프로의 세계에서도 장타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9월 10일 제주 해비치 골프장에서 열린 한일골프대항전 첫날 포섬매치 경기에서 김대섭(29·삼화저축은행)은 국내 최장타자 김대현(22·하이트)과 짝을 이뤘다. 김대섭은 아이언과 쇼트게임은 좋지만 드라이버 샷 거리가 짧아 늘 고민해왔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그런 고민에서 벗어났다.

하나의 공으로 2명의 선수가 번갈아 플레이하는 방식이었다. 김대현이 멀리 티샷을 보내면 김대섭이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하면 됐다. “골프가 이렇게 쉬운 줄 몰랐네요. 평소보다 20∼30야드는 앞에서 플레이하니 지금까지 해온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네요”라고 김대섭은 말했다.

하지만 장타라고 늘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김대현은 바로 전 주 열렸던 메리츠솔모로오픈 첫날 장타 때문에 고전했다. 대회가 열린 경기도 여주 솔모로 골프장은 페어웨이가 개미허리처럼 좁은데다 러프도 길어 선수들에겐 악명 높은 곳이다. 김대현이 바로 이 악몽의 늪에 빠졌다. 1라운드 6번홀(파5)에서 무려 12타 만에 홀아웃해 셉튜플보기(Septuple bogey)를 적어냈다. 보통 아마추어 골퍼들은 더블파 이상은 기록하지 않으니 이름마저 생소한 기록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티샷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공이 OB 구역으로 떨어져 버디가 물 건너갔다. 조급해진 김대현은 4번째 샷으로 그린을 직접 노렸지만 이번에는 공이 그린을 넘어갔다. 아마추어들 얘기로 ‘홈런’이다. 이후부터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같은 자리에서 다시 친 공을 2번이나 더 ‘홈런’으로 만들어 이 홀에서만 4개의 공을 OB구역으로 날렸다. 결국 11번째 샷 만에 겨우 그린에 오른 김대현은 퍼트 한 번으로 끝내 12타 만에 홀아웃했다. 이날만큼은 장타가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김대현도 어이가 없었던지 쓴웃음을 짓고 홀을 빠져나갔다. 그나마 역대 한홀 최다 타수 기록을 넘지 않은 게 다행이다. 김창민은 2007년 토마토저축은행오픈 2라운드에서 무려 17타 만에 홀아웃한 진기록을 갖고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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