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장타자의 비애 ‘한 홀서 OB 4방’
필드에서 골퍼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건 화끈한 장타 한 방이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샷이 10번을 빗나가도 한 번 장타를 때리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프로의 세계에서도 장타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9월 10일 제주 해비치 골프장에서 열린 한일골프대항전 첫날 포섬매치 경기에서 김대섭(29·삼화저축은행)은 국내 최장타자 김대현(22·하이트)과 짝을 이뤘다. 김대섭은 아이언과 쇼트게임은 좋지만 드라이버 샷 거리가 짧아 늘 고민해왔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그런 고민에서 벗어났다.
하나의 공으로 2명의 선수가 번갈아 플레이하는 방식이었다. 김대현이 멀리 티샷을 보내면 김대섭이 아이언으로 그린을 공략하면 됐다. “골프가 이렇게 쉬운 줄 몰랐네요. 평소보다 20∼30야드는 앞에서 플레이하니 지금까지 해온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네요”라고 김대섭은 말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티샷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공이 OB 구역으로 떨어져 버디가 물 건너갔다. 조급해진 김대현은 4번째 샷으로 그린을 직접 노렸지만 이번에는 공이 그린을 넘어갔다. 아마추어들 얘기로 ‘홈런’이다. 이후부터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같은 자리에서 다시 친 공을 2번이나 더 ‘홈런’으로 만들어 이 홀에서만 4개의 공을 OB구역으로 날렸다. 결국 11번째 샷 만에 겨우 그린에 오른 김대현은 퍼트 한 번으로 끝내 12타 만에 홀아웃했다. 이날만큼은 장타가 오히려 독이 된 셈이다. 김대현도 어이가 없었던지 쓴웃음을 짓고 홀을 빠져나갔다. 그나마 역대 한홀 최다 타수 기록을 넘지 않은 게 다행이다. 김창민은 2007년 토마토저축은행오픈 2라운드에서 무려 17타 만에 홀아웃한 진기록을 갖고 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