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의 발차기는 여러 무술 중 가장 위력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범 등으로 활동하는 태권도 유단자들과 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 필자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의 단을 합치면 30단이 넘는 태권도 고수들이었다.
즐거운 자리였지만 한 맥주집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화장실에 다녀오던 우리 측 참석자와 다른 일행 한 사람과 시비가 붙은 것.
태권도 사범인 이 참석자가 사과를 했지만, 힘깨나 쓰게 생긴 이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청년은 막무가내였다. 하지만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이 청년은 사범의 근처에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상대의 빈틈을 향해 죽죽 뻗는 발차기에 사범의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하고 혼자 욕을 해대던 이 청년은 결국 병을 깨는 등 온갖 추태를 부리다 제풀에 지쳐 떨어졌다.
경찰이 오고했지만 누구도 때리거나 맞은 사람이 없었고, 결국 그 청년 혼자서 '원맨쇼'를 하다가 그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이 사범은 "시비 거리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조심하는데 오늘 불상사가 일어나 송구스럽다"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런데 잠시였지만 태권도 고수와 일반인이 맞붙는 장면을 보니, 아예 싸움 자체가 되지 않겠다는 것을 실감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알렉산드로스 니콜라이디스(왼쪽)를 돌려차기로 KO시킨 문대성 IOC 선수 위원(오른쪽).
따라서 일반인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가 있기 때문에 태권도 고수들은 싸움을 피하는데다 시비가 붙더라도 아예 싸움이 되지 않도록 상대를 접근선 밖으로 밀어내며 방어만을 한다.
전 세계 무술을 통틀어도 발차기에 관한한 태권도가 으뜸이라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
동양 무술을 전 세계에 알린 이소룡(리샤오룽· 미국명 블루스 리)도 발차기는 태권도가 최고라는 것을 인정하고, 미국에서 '그랜드 마스터'로 알려진 이준구 옹에게 태권도의 발차기 한수를 배운 적이 있을 정도다.
1988년 서울 올림픽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 시범 종목을 거쳐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부터 금메달이 8개나 걸린 정식 종목이 된 태권도.
그런데 국제 스포츠계에서 '태권도가 재미없다'는 폄훼성 발언이 흘러나오며,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빼야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태권도가 재미없다'니…. 태권도 유단자끼리 맞붙는 경기에서도 치명상이 나올 수 있어 각종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 규칙을 만들어 '실제 싸움'이 되지 않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언뜻 보면 재미없게 보이는 게 아닐까한다.
2010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당초 목표의 절반인 금메달 4개에 그쳐 '종주국의 명예를 떨어뜨렸다'는 평가를 받은 태권도.
대한태권도협회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목표로 국가대표 선발 방식을 바꾸고, 전담 지도자 선임, 해외 대회 참가 등을 통해 명예 회복에 나설 계획이다.
그런데 이런 협회와 태권도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 192개국의 회원국을 거느린 '국기(國技)' 태권도를 국민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아끼는 노력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권순일 기자 stt77@donga.com
▲동영상=태권도가 약해? 실전 최고의 무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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