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동기 속여 활동비 1억6000만원 뜯어내
2006년 10월 초순경 서울의 한 호텔 객실. 김모 씨(37)가 교도소 동기인 오모 씨(45)에게 노트북을 사용해 은행 전산망을 해킹하는 것을 보여줬다. 그는 이후 “증거를 남겨서는 안 된다”며 노트북을 불태워 산에 묻었다.
김 씨는 오 씨에게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직 대통령들이 국내외 은행에 숨겨놓은 비자금 34조 원을 해킹해 오는 비밀임무를 수행하는 해커(요원)”라고 주장했다. 또 “34조 원을 해킹해 가져올 경우 20%를 수고비로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 씨와 오 씨의 아버지(65)에게 청와대에서 사용하는 봉황 문양과 노 전 대통령 서명이 있는 A4 용지 크기 문서 두 장을 보여줬다.
‘수고비를 받으면 나눠 갖자’는 제안에 솔깃해진 오 씨는 그 자리에서 김 씨에게 활동비로 300만 원을 건넸다. 김 씨는 이후 5차례나 해킹 시범을 보였고, 4년 동안 오 씨에게서 60차례에 걸쳐 모두 1억6000만 원을 받아 챙겼다. 김 씨는 오 씨에게 “경찰에 신고해봐야 비밀요원인 탓에 오히려 신고자가 처벌받는다”며 겁까지 줬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