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들 우직한 작업서 묵직한 교훈 찾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그의 전작인 ‘한국의 시장’을 본 한국공예디자인진흥원의 제안으로 책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의 시장’에서 디자이너, 파티플래너 등과 전통시장을 여행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 책은 떡볶이를 사먹고 상인들과 흥정하는 놀이공간으로 전통시장을 재발견했다는 평을 들었다.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젊은 사람들이 장인들이 이어가고 있는 우리 문화의 멋을 재밌게 느끼도록 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장인들을 만나 보니 전통문화가 사실은 생활의 일부였어요. 옷, 음식, 살림살이 만드는 일이 지금은 예술이 된 거죠. 생활의 일부로서의 예술을 이어가는 장인들의 실제 생활을 전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장인 중에는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잖아요.”
하지만 장인의 작업은 고되고 치열했다. 한산모시 짜기 기능보유자 방영옥 씨는 입술과 혀에 굳은살이 있다. 모시실을 만들려면 이로 태모시(모시풀을 1차 가공한 실)를 쪼개야 하는데 입술과 혀에서 피가 날 만큼 고통스럽다. 한 필(약 30×180cm)을 짜는 데 꼬박 석 달이 걸리는 모시는 ‘땀이 서 말, 눈물이 서 말’이다.
백광훈 옹기장은 색안경을 쓴다. 멋을 위해서가 아니다. 하루 종일 빙글빙글 물레를 돌려야 하고 1000도가 넘는 가마를 보름 동안 지켜야 하니 눈이 배겨낼 재간이 없다. 옛날부터 옹기장은 예순을 넘기기가 힘들다고 했다. 송방웅 나전장은 0.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 작은 차이도 미학적으로는 어마어마하게 큰 차이를 낳는다는 신념에서다. 조금이라도 잘못 만들어진 작품은 가차 없이 부숴버린다.
옹기는 찰흙 반, 차지지 않은 매질 반을 섞어 빚어야 한다. 백광훈 옹기장이 사는 경북 영덕군의 토질은 옹기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제공 시드페이퍼
그는 앞으로도 숨은 장인 발굴 등 우리의 멋을 지키는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자개가 박혀 있는 장롱을 본 기억이 없는 더 젊은 세대를 위해서다. “88만 원 세대이지만 돈 되는 일만 찾을 순 없잖아요. 가슴 설레고 뭉클한 아름다움을 더 잊혀지기 전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요.”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