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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동아일보 선정 2010 올해의 책 10

입력 | 2010-12-18 03:00:00


《출판 시장의 위축은 올해도 계속됐다. 출판사들이 내는 신간은 예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출판계는 그런 와중에도 ‘정의란 무엇인가’의 열풍이 몰고 온 인문서적에 대한 독자들의 높아진 관심에 고무됐다. 출판사들이 어려운 여건에서도 정성껏 펴낸 책 가운데 ‘올해의 책’ 10권을 선정했다. 학계, 예술계, 출판계와 문단의 전문가 등 선정위원들은 본지가 제시한 120권 가운데 각자 10권 안팎의 책을 추천했다. 그 가운데 비문학 7권, 문학 3권을 ‘올해의 책’으로 뽑았다(가나다순). 동아일보 문화부 출판팀

간송 전형필 이충렬·김영사

우리 문화재 지킨 거인의 일대기
간송미술관을 세운 간송 전형필(1906∼1962) 평전. 일제강점기 때 전 재산을 들여 우리 문화재를 지킨 일대기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썼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는 “한국 문화를 지킨 거인에 대한 충실한 평전”이라고 평가했고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은 “미술품 수집이란 개인적 허영심 충족이 아닌, 사회 환원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적 행위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고 소개했다.











거의 모든 것의 미래 데이비드 오렐 ·리더스북

인간의 삶, 얼마나 예측할 수 있나
예측의 역사를 살핀 책. 저자는 과학이 발전했지만 우리가 과거에 비해 예측의 기술이 발전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파고든다. 가장 일상적인 날씨, 건강, 경제의 예측에 얽힌 함정을 파헤쳤다. 허병두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대표는 “복잡계 전문가인 저자가 ‘인간은 예측을 할 수 있는가’에서 출발해 인간 삶과 현실을 빼어나게 묘파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공감의 시대 제레미 리프킨·민음사

3차 산업혁명시대, 새 패러다임은
“산업화 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공감과 소통을 강조하는 저자의 진중한 목소리”(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유러피언 드림’ ‘소유의 종말’을 쓴 저자의 신작. 저자는 지금 세계는 오픈소스와 협력이 이끄는 3차 산업혁명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본다. 이에 따라 다윈의 적자생존이 아닌 공감하는 인간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공감’이라는 화두를 제시한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부키

‘신자유주의’ 감춰진 진실 파헤쳐
저자는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시장주의 경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장주의 경제학을 앞세우던 미국과 영국이 신뢰를 잃었다고 그는 말한다. 저자는 또 “경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하라”고 주문한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신자유주의 이면에 놓인 사실과 진실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데 충분한 설득력을 펼쳐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내 젊은 날의 숲 김훈·문학동네

한줄한줄 문장의 힘 와닿는 소설
“작가란 무엇인가, 창작이란 어떤 과정의 산물인가를 ‘김훈 표’ 문체로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의 말처럼 작가가 지금까지 모색해온 새로운 언어가 잘 표현된 것으로 평가받는 작품.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도 “한줄 한줄의 문장에서 힘을 느끼는 소설”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새벽의 나나 박형서·문학과지성사

다양한 인간군상 생생하게 묘사
‘스물여섯의 한국인 청년 레오는 아프리카로 가는 여행길에 태국을 경유한다. 그곳에서 매춘여성들의 실세인 플로이라는 여인을 만나 그녀가 지내는 공동주택가에서 몇 달 머문다.’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은 “태국이라는 낯설고 이국적인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인간의 군상과 삶의 형태를 낯설고 새로운 기법으로 생생하게 그려냈다”고 설명했다.








쓸쓸해서 머나먼 최승자·문학과지성사

절절한 시로 펼쳐낸 우주적 고독
투병을 하느라 시작(詩作)을 중단했던 시인이 11년 만에 내놓은 시집. 이 작품은 등단 31년째인 그에게 지리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안겼다. 소설가 박상우 씨는 “너무 오래,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던 시인의 우주적 고독”으로, 시인 오은 씨는 “쓸쓸해서 더욱 머나멀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발짝을 떼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시집”으로 묘사했다.








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까치

종교-과학 뜨거운 논쟁 부른 역작
“현대 물리학은 우주 창조에서 신을 위한 자리를 남겨두지 않는다.” ‘우주는 신이 만든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담은 호킹 박사의 이 책은 출간 전부터 종교계와 과학계 사이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논쟁을 떠나 과학저술로서도 “천재 물리학자의 명석한 결론”이라는 찬사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는 혹평이 엇갈렸지만 올해를 장식한 책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장인 리처드 세넷·21세기북스

匠人이 각광받는 시대 오고 있다
“기능공으로 폄하된 장인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정립하고 장인이 각광받는 시대가 왔음을 알린 책”(이명옥 관장). 오늘날에는 장인을 떠받드는 사회의식이 실종됨에 따라 장인도 사라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상고시대 도공부터 디지털시대 리눅스 프로그래머까지 시공을 넘는 분석을 통해 실종된 장인의 가치를 재정립한다. 저자는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장인정신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김영사

‘정의 열풍’ 불러온 최대 화제작
올해 한국 사회에 ‘정의’ 열풍을 불러온 책.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과대평가된 책이지만 현 단계 한국사회 진화의 도정에서 꼭 필요한 사회적 의제를 부각했다는 의의가 있다”라고, 구본형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장은 “우리가 도덕적으로 딜레마와 패러독스 속에서 고민하고 생각하도록 도와 준 책”이라고 평가했다. 소설가 박주영 씨는 “매일 이런 고민과 토론을 하고 산다면 세상이 좀 나아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