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격언- ‘지수는 올라도 나만 왕따’
오래전에 일부 증권사가 투자체험 수기 공모를 한 적도 있었다. 만약 올해 개인투자자의 투자체험 수기를 공모한다면 수많은 성공과 실패 사연이 쏟아질 것이고 다음과 같은 시조도 한 편 나올 것 같다.
적금통장 헐어내고 담보대출 받아내서
이 종목 매수하고 저 종목 매도하니
판 주식 잘만 오르고 새로 산 것 바닥 없네.
주식시장 적응 못해 번번이 손절매라
길 잃은 개미투자자 어느 누가 돌보나.
깜박이는 시세판을 시시각각 바라봐도
지수는 오르건만 내 종목은 추풍낙엽
그놈의 주가 차별화 나만 왕따 당하네.
이 한 편의 시조에 개인투자자가 범하기 쉬운 잘못이 대부분 들어 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은행 적금통장을 해약한 것은 좋은데 그런 자금으로는 적립식 펀드를 들어야지 직접 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잘못이다. 또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주식 투자는 반드시 여유자금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주식, 저 주식 자주 샀다 팔았다 하면 상승 추세의 종목을 팔고 하락 추세의 종목을 붙들고 있게 되어 ‘장미꽃을 꺾고 잡초에 물을 주는’ 투자를 하기 쉽다.
주식 투자에서 손절매가 때론 필요하지만 습관처럼 손절매를 해서는 안 될 것이고 자칫하면 ‘반복적으로 작게 벌고 크게 잃는’ 전형적인 개인투자자의 실패 유형을 답습하게 된다. 또 주식 투자는 자기 책임하에 하는 것이므로 감독기관이 보호해 주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각 증권사의 보고서도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이지 결과까지 책임지진 않는다.
시세판을 너무 자주 보면 자기도 모르게 뇌동 매매를 하게 된다. 가급적 시세판 보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다. 그리고 종합주가지수가 오른다고 모든 종목이 다 같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지수가 올라도 내리는 종목은 있기 마련이다. 시장의 주도 종목을 잘 골라서 투자해야 한다. 주도 종목을 잡지 못하면 종합지수는 오르는데 자신이 보유한 종목은 오히려 내리는 ‘주가 차별화의 씁쓸함’을 맛보게 된다.
주식시장을 잘 모르는 사람은 올해 종합지수가 많이 올랐다는 뉴스가 나오면 ‘아,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다 돈을 많이 벌었겠구나’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생각은 틀린 것이다. 크게 번 사람, 평범하게 번 사람, 크게 손해 본 사람 등으로 나뉜다.
증시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도 주가는 늘 차별적으로 움직여 왔다. 1900년대 초반에는 철도와 광산 관련주가 차별적으로 상승했다. 1920년대 대공황 직전까지는 철강과 자동차업종이 독보적인 상승세를 나타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라디오, TV 등 전자 관련주가 시장을 주도했다. 1960년대에는 항공산업과 반도체산업이 인기를 끌며 차별화를 이끌었다. 1970년대에는 ‘Nifty Fifty’(멋진 50종목)라는 이름 아래 소수의 우량주를 중심으로 주가 차별화가 전개됐다. 2000년을 전후해서는 인터넷 및 정보통신 관련주가 전 세계적으로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도 그때그때의 경제환경과 주도산업에 따라 주가의 움직임은 주도주와 비도주 간에 큰 차이를 보였다. 주도주가 많이 올랐다고 따라잡기를 겁내는 투자자들은 비주도주를 사놓고 오르길 기다린다. 그러나 비주도주가 나중에 주도주를 따라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락하는 때도 많다. ‘뛰는 말을 과감히 잡아야’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만일 증시가 차별적으로 오르지 않고 전체적으로 같이 오른다면 조정이 임박했다는 신호다. 증시의 에너지가 전 업종에 걸쳐 분산되는 모습은 활황 국면의 막바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주가는 항상 차별화돼 움직이는 것인 만큼 주가 차별화에서 소외돼 푸념을 할 것이 아니라 주도주를 잘 잡아 차별화의 주인공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용선 SK증권 리서치센터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