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시장의 추이는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100을 기준으로 지수가 처음 발표되기 시작한 1980년 1월 4일부터 1980년대 말까지다. 이때 코스피는 1,000 근처까지 상승 흐름을 지속적으로 이어갔다. 고도성장의 시기다. 두 번째는 1990년대를 거쳐 2005년 중반까지다. 오랫동안 주식시장을 관찰한 투자가라면 너무도 잘 아는 장기 박스권 국면이다. 지수 1,000이 지겹도록 완강한 저항선 역할을 하였다. 주요 대기업 집단이 명멸하고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산업구조가 재편된 질적 변화의 시기이기도 하다. 세 번째는 2005년 중반부터 현재까지다. 제조업 전반에 걸쳐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선진국 문턱으로까지 성장한 한국의 위상이 반영되는 시기이다. 지수가 2,000을 넘어서도 상승하고 있다. 세계의 경제 중심이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에서 점차 중국을 중심으로 한 인적, 물적 자원부국으로 옮아가는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이기도 하다.
미국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상황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 만성 적자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중국 경제는 적정한 수준의 긴축정책을 통해 고속 성장의 후유증을 제어하면서 안정적인 장기 성장의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2011년은 이 같은 장기 과제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코스피가 레벨업 한다면 한국에 대한 본격적인 재평가가 이뤄지는 단계가 될 것이고 그 성공은 한국의 경제, 외교적 성숙에 달려 있다.
문경석 KB자산운용 파생상품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