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하위팀서 은인자중… 한물 간 선수서 ‘왕별’로
지난달 전북 현대와의 K리그 플레이오프(제주 1-0 승)가 끝난 뒤 제주 유나이티드의 박경훈 감독은 유난히 김은중(31·사진)을 많이 언급했다. 박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에 올라오기까지 김은중의 역할이 컸다. 본인의 실력과 기록도 뛰어나지만 동료들을 잘 이끌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제주가 지난 시즌 14위에서 정규 리그 2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하기까지 김은중은 제주의 일등공신이었다.
보이는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맡은 바 역할을 다해온 김은중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은중은 20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데뷔 14년 만에 처음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총 113표 중 55표를 받은 김은중은 우승팀 FC 서울의 아디(48표), 인천 유나이티드의 유병수(7표), 전북 현대의 에닝요(3표)를 제치고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김은중은 “제2의 전성기라고 말하는데 그 전성기를 누릴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 제주와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은중의 MVP 수상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27번의 시즌이 열린 가운데 한 번을 제외하고는 우승팀에서 MVP가 나왔다. 1999년 준우승팀 부산 대우의 안정환(현 다롄)이 유일한 예외였다. 당시 우승팀은 수원 삼성. 이후 11년 만에 준우승팀에서 MVP가 배출됐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