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집 걱정에 발 동동… “심장 떨려 뉴스도 못보겠다”
다른 서해5도 주민 일부 軍 대피령 잘 안 따르기도
연평도에 사랑하는 가족과 터전을 두고 온 피란민들은 우리 군의 사격훈련 소식을 듣고 폐허가 된 고향을 떠올렸다. 20일 오후 2시 반경 경기 김포시 양곡지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로 거처를 잠시 옮긴 연평도 피란민들은 사격훈련이 시작됐다는 소식에 술렁였다. 트럭으로 배달돼 온 쌀과 물 등을 배급받으려고 아파트 정문 옆 사무실에 모인 70여 명의 피란민들은 “훈련이 시작됐느냐”, “북한이 가만히 있을까” 하며 웅성거렸다.
해병대 군무원인 남편이 연평도에 남아 있다는 조승애 씨(47·여)는 어젯밤 남편과의 마지막 통화 내용이 머릿속을 맴돈다. “몸조심하고 애 잘 보라며 오히려 제 걱정을 했어요. 오늘 북한의 도발이 없어야 하는데….” 울먹이던 조 씨는 “심장이 떨려 뉴스도 보지 못하겠다”며 “학교에 간 초등학교 6학년 딸도 불안한지 계속 전화를 걸어 ‘사격훈련 시작됐냐’고 묻고 있다”고 전했다. 조 씨는 “2002년 연평해전 때도 남편 곁을 지켰는데 이번에 포격으로 집이 완파돼 육지에서 옷가지라도 챙겨 돌아가려고 했던 게 이렇게 됐다”며 초조해했다. 지난달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한 달 가까이 남편을 보지 못했다는 40대 주부는 발전소에서 일하는 남편을 걱정했다. “오전 11시 이후 통화가 되지 않는다”며 계속해서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어민 차재근 씨(51)는 “연평도에서 한평생 배를 탔지만 두 번 다시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며 “포탄이 쏟아지고 담벼락이 우수수 무너지던 전쟁터에 어떻게 다시 들어갈 수 있겠느냐”며 가슴을 쳤다. 고향 걱정이 되지만 “그래도 잘했다”며 사격훈련을 옹호하는 주민도 적지 않았다. 문성운 씨(58)는 “잘한 것이다. 이번에 사격 안 했으면 다음에 북한에서 또 도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인천=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