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복원력이 예상보다 빠르다. 한국 경제의 힘이라고 봐도 무방하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칠레와 터키를 제외하고 금융위기 이전 주가 상태를 가장 빠르게 회복한 나라가 되었다. 일단 환영해야 할 일이다. 때맞춰 증권 전문가들의 내년 증시 전망도 한결 힘차다. 평균이 2,400이다. 2,800을 주장한 보고서도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들뜬 기대치와는 달리 증시 주변 분위기는 차분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차분하다 못해 우울할(?) 정도다.
우선 올해 펀드를 떠난 개인들의 성적은 초라하다. 평균적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또 펀드도 일찌감치 환매해 본전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을 넘어서자 환매가 지속된다. 전문가들이 아무리 2,400∼2,500을 부르짖어도 한 번 속지 두 번 속느냐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2007년의 펀드 열풍 때 아픔을 잊지 못하는 투자가들이 많나 보다.
게다가 시장의 ‘질적’ 상황도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한다. 지나치게 대형 우량주 일색으로 움직이면서 ‘소외된’ 주식이 너무 많다. 한 언론사가 발표한 우량 대형주 지수는 3,400을 가리키고 있는데 중소형주 인덱스는 겨우 1,500∼1,600 내외다. 최근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생을 외치지만 증시에서만큼은 턱도 없는 소리다. 물론 대형주의 매력은 뿌리칠 수 없다. 글로벌 시대에 한국경제를 끌고 나갈 기업은 대형 우량주다. 이익 규모도 세계적인 기업과 견줄 만하고 기술력이나 마케팅 능력, 인재 풀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당연히 중소형주에 비해 프리미엄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글로벌 플레이어라는 바로 그 점이 때로는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우리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3대 변수인 미국 경제의 회복 속도, 중국의 경착륙, 유럽 재정위기 등이 여전히 불확실하다. 여기에 북한이 어디로 튈지 몰라 항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