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道의 시대 막올린 대의거, 열사-지사 넘어선 세계 위인”
안중근 의사
윤병석 인하대 명예교수는 중국학자 예톈니(葉天倪)가 1914년경 상하이(上海)에서 발간한 것으로 추정되는 80여 쪽 분량의 ‘안중근전’(사진)을 발굴해 21일 공개했다.
윤 교수는 “기존 전기에 비해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저격의 세계사적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저자는 안중근에게 ‘열사’나 ‘의민’ 등의 호칭을 붙이는 것으로는 다른 애국지사들과의 구분이 힘들다며 ‘세계 위인’으로 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안중근 연구자인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은 이 전기에 대해 “지금까지 접해 보지 못한 안중근 전기로 보인다”고 평했다.
이번에 발굴된 평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안중근을 세계 위인으로 평가했다는 점. 동양과 세계 평화를 교란시킨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함으로써 제국주의 시대를 닫고 인도(人道)의 시기를 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열사·의민·용부·협객·혈성남자·애국지사라고 하는 사람들은 다 자기 몸을 버려서 백성을 구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 공은 일국에 한정되는데 안중근이 이룬 것은 바로 일국의 테두리를 넘어서고 인류의 테두리를 넘어서 널리 세계에 통한 것이니 이것이 세계 위인이라는 이유이다”라고 밝혔다.
저자는 안중근의 애국적 행적과 인생 여정을 동학(東學)평정기, 상무주의(尙武主義) 제창기, 독립전쟁기, 이토 히로부미 저격기 등 4단계로 구분해 서술했다. 윤 교수는 “사학자 박은식의 안중근 전기를 참고로 삼은 듯 안중근에 대한 역사적 사실은 모두 정확하고 상당히 꼼꼼하다”며 “중국학자가 이를 바탕으로 안중근의 생애 특성을 정확히 통찰한 것이 돋보인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안중근의 하얼빈의거를 정의(正義) 인도(人道) 공리(公理)가 지배하는 세계평화시대를 여는 계기로 평가하기도 했다.
안중근의 전기 9편을 모아 편찬하기도 했던 윤 교수는 “안중근에 대한 역사적 사실은 기존과 다른 것이 없지만 한국인이 아닌 중국인의 시각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기존 전기 중 중국학자 정위안(鄭沅)이 쓴 안중근 전기는 사실 중심으로만 서술돼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