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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강원까지…“백신 밖에” 두손 든 당국

입력 | 2010-12-22 20:21:49


그동안 구제역발생은 물론이고 의심신고 조차 없었던 강원도조차 사상 최악의 구제역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22일 하루 동안 강원 평창, 화천에서 구제역이 발생한데 이어 춘천과 원주, 양양에서 잇따라 의심 신고가 접수되자 강원도는 구제역 공포에 떨고 있다.

구제역이 무서운 기세로 번지고 있지만 방역 당국은 아직 구제역 바이러스가 어디서, 어떻게, 어디까지 전파되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속성 때문에 결국 방역 당국은 이날 '백신 접종'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구제역 비상걸린 강원도

"외지인 절대 못 들어옵니다. 전쟁터가 따로 없어요."

22일 강원도와 시군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직원 동원령을 내리는 등 전시(戰時) 체제와 같은 상황에 돌입했다. 영서 일대는 물론 영동지역인 양양에서까지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서 사실상 구제역이 강원도 전역에 번졌을 수도 있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평창 지역의 한 소 거래상이 도 전역을 돌아다녔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평창과 인접한 '한우의 고장' 횡성군은 모든 집회 및 행사 전면금지를 비롯해 관외지역 사료구입 금지, 외부인 출입통제 조치를 내렸다. 고석영 횡성군수는 이날 호소문을 통해 "구제역 총력적 방역은 우리 군의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해외여행 자제 및 소독 강화 등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군민들에게 당부했다. 축산농 조원형 씨(37·횡성군 횡성읍)는 "구제역이 평창까지 확산됐다는 소식에 모든 농가가 불안해하고 있다"며 "주민끼리도 왕래를 자제하는 등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횡성군은 사육 중인 한·육우가 4만4035마리로 군내 주민등록 인구보다 많다.

국내 최대한우연구기관인 국립축산과학원과 강원도 축산기술연구센터, 대관령삼양목장 등 대규모 축산시설들은 아예 외부와의 접촉을 차단했다. 699마리의 한우가 있는 대관령한우시험장은 평창군 대화면에서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직후부터 외부인의 접근을 금지하는 한편 직원들의 외출을 전면 금지했다. 홍성구 시험장장은 "지난달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부터 시험장은 사실상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며 "다행히 올 겨울에 직접 김장을 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식사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속수무책인 방역 당국

올해 1월과 4월 경기 포천과 인천 강화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방역 당국은 대략적인 감염 경로에 대한 추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구제역의 경우 발생 건수가 40건을 넘어서면서 사실상 감염 경로 확인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원 평창의 경우 13일 수의사가 다녀간 사실을 발견하고 이 수의사가 방문했던 대화면과 평창읍의 39개 농가에 대해 이동통제 조치를 내린 정도다. 하지만 화천 농장은 특이사항이 없어 방역 당국은 역학조사에 애를 먹고 있다.

방역 당국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전파되었는지에 대한 조사 보다는 구제역이 발생한 농장에 누가 드나들었고, 이들이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파악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이를 통해 예방적 도살처분 조치를 내려 추가 발생을 예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제역 발생 및 의심신고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팀의 업무에도 과부하가 걸리고 있는 실정이다. 방역 당국은 경기 파주의 축산분뇨업자가 경북 안동의 최초발생농장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만연했던 지난달 25일 1박 2일 동안 머물렀던 사실도 뒤늦게 파악했을 정도다.

●백신 접종은 어떻게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그러나 도살처분 규모가 사상 최고인 22만4605마리에 육박한데다 구제역이 강원에까지 번지면서 결국 백신 접종을 결정했다.

다만 백신을 맞은 우제류에 대한 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과 비용 문제 때문에 접종은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실시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국내 총 우제류 1345만 마리에 대해 백신 접종을 실시할 경우 992억 원 가량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10만 마리에 백신을 접종하는 데는 6억~7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그러나 축산업계는 정부의 백신 접종 결정에 극력 반대하고 나섰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백신 접종은 구제역을 항상 안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국내에서 백신을 접종하면 구제역 청정국이 아닌 국가의 쇠고기, 돼지고기가 국내에 들어올 수 있어 축산농가에게는 또 한번 치명상을 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횡성=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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