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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그때 이런 일이] 최진실 전 매니저 배병수 살해범 검거

입력 | 2010-12-23 07:00:00


고 배병수(사진) 씨. 1990년대 초중반 연예계를 호령하던 매니저였다. 최진실을 톱스타로 키워낸 그는 최민수, 엄정화, 독고영재, 허준호 등 당대 스타들의 매니지먼트를 맡아 ‘배병수 사단’으로 불릴 만큼 연예계에 상당한 영항력을 과시했다.

웬만한 연예인보다 더 이름이 알려졌던 그가 1994년 12월12일 실종됐다. 그로부터 11일이 지난 그해 오늘, 배 씨가 살해된 사실이 밝혀졌고 범인 전 모 씨가 경찰에 검거됐다. 다음날에는 공범 김 모 씨도 경찰에 자수했다. 이들은 최진실 등의 운전사 겸 로드 매니저 출신이었다. 두 사람은 12일 밤에 배 씨의 집에 숨어들어가 배 씨를 살해하고 경기도 가평의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했다.

전 씨는 “사람 앞에서 뺨을 맞는 등 그에게 수모와 모욕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김 씨는 “배 씨 집을 털자”는 전 씨 제안에 단순절도일 것이라 생각하고 응했지만 결국 잔인한 범행을 저지르고 말았다고 경찰 조사와 당시 언론에 털어놓았다. 경찰은 배 씨 실종 열흘째인 20일 가족의 신고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두 사람이 은행에서 배 씨의 예금을 인출하는 폐쇄회로 화면을 확보했고 이후 휴대폰 통화 내역을 추적해 검거했다. 수사 과정에서 최진실과 엄정화 등이 검찰에 불려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또 이듬해 5월 전 씨 변호인측의 신청으로 최진실이 법정에 구인돼 증언도 했다. 당시 방청객이 모두 퇴정한 가운데 최진실은 14개 신문사항에 대해 담담하게 증언했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그는 “(배 씨가)매니저로서 성격이 좋은 편이어서 전씨 등과 갈등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결국 전 씨와 김 씨는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무기형을 선고받았다.

배병수 피살 사건의 파장은 만만치 않았다. 범인 체포 후에도 살해 동기 등 사건의 여러 가지 배경을 둘러싼 루머가 잦아지지 않았다. 톱스타의 매니저가 부하 직원에게 피살된 사건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은 마치 복선과 반전의 미스터리 영화를 바라보듯 했다.

배 씨의 죽음 이후 연예계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됐다. 매니지먼트사와 매니저들은 방송사 PD 등에게 연예인 출연 등을 미끼로 불법적 로비를 벌이는 ‘비리의 온상’으로 비쳤다. 결국 일부 PD와 매니저 등이 구속됐다. 이 사건이 세상에 남겨놓은 여진은 그만큼 오래도록 가시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고 배병수 씨는 연기자 매니지먼트의 조직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낸 인물이었다는 사실이다. 배 씨는 그리 오래지 않은 한국 연예 매니지먼트사에 명징한 자국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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