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출신 등 코치들 고교대회 순위 조작
대학진학률 높이려 고3 선수 우승 유도
한국 쇼트트랙계의 고질적인 승부조작 행태가 다시 한번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전 국가대표로 올림픽 금메달까지 딴 선수 출신 코치들이 국가대표 출전자격을 얻을 수 있는 전국대회에서 승부조작을 공모했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올 4월 국가대표 선발 승부조작으로 곽윤기 이정수 등 선수 2명이 징계를 받고 대한빙상경기연맹 집행부가 전원 사퇴한 이후 또 다시 대규모 승부조작 비리가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월 6, 7일 경기 성남탄천종합운동장 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제5회 성남시장배 전국 중고 남녀 쇼트트랙·스피드 스케이팅대회' 남자 고교부 쇼트트랙 경기에서 고3 선수들이 입상할 수 있도록 사전에 승부를 조작한 전 국가대표 이모 씨(45)에대해 업무방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공모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모 씨(32), 송모 씨(36) 등 개인코치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초중고교 및 일반부 쇼트트랙 개인코치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대회를 한달 여 앞둔 올 2월 서울 송파구의 한 커피숍에 모여 입상경력이 부족한 고교 3학년 선수들을 입상시키기로 공모했다. 성남시장배 빙상대회는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주관하는 국가대표 선발 예선전 중 하나로 이 대회에서 입상하면 일부 대학의 수시모집 체육특기자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붙잡힌 코치들은 범행 일체를 시인하면서도 "쇼트트랙의 미래를 위해 불가피한 일"이라고 강변했다. "국가대표가 욕심났던 것이 아니라, 고3 선수들이 입상을 못 해 대학 진학에 실패하면 장기적으로 선수층이 얇아질 것을 걱정했다"는 주장이다. 일부 쇼트트랙 코치들은 범행을 주도한 이 씨 등을 선처해 달라는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곽윤기, 이정수 선수 담합사건 이후 국가대표 선발 본선의 경우 각자의 기록을 겨루는 '타임 레이스' 방식으로 바뀌었으나, 예선전과 그 외 다른 경기들은 여전히 순위를 겨루는 '오픈 레이스'로 진행하고 있어 담합과 조작이 쉽다"며 "승부조작에 대한 불감증이 일상화된 것으로 보이는 만큼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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