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단 고음' 사실 대단한 고음은 아냐"● 지금이 전성기? 앞으로 더 크고 발전할 것● 대학 진학하지 않을 것, 그러나 고교생 추억은 포기 못해
올해 초 가수 아이유(17)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무대 위에서는 발랄하게 '마쉬멜로우'를 부르고 예능 프로그램에 기타를 들고 나와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어쿠스틱하게 편곡하거나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에 고정게스트로 나와 '웃다가 복근이 생길 것 같은' 특유의 웃음소리를 들려주던 무렵이었다.
이 뭐가뭔지 종잡을 수 없는 소녀를 당장 만나보고 싶었지만, 소속사는 앨범이 나온 뒤로 인터뷰를 미뤘다. 그리고 12월 초 세 번째 미니앨범 '리얼(Real)'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렸고 드디어 만남이 성사됐다. 근 1년 사이 아이유는 '주목받는 신인'에서 '대세'로 자리잡아 버렸다.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난 아이유는 앨범 발매 후 첫 인터뷰를 기대했다는 듯이 "알차게 답하겠다"며 자리에 앉았다. 아이 취급당하는 것을 싫어한다더니 다소 추상적인 질문을 던져도 따박따박 빠르게 답했다.
\'소녀\' 아이유는 세 번째 미니앨범 \'Real\' 자켓에서 \'숙녀\'로 변신했다. 사진제공 로엔엔터테인먼트.
▶ "'3단 고음' 웬만한 여자 가수라면 다 할 수 있을 걸요"
-요즘은 '3단 고음' 안 들려주네요.
"원래 첫 방송에서만 하고 안하려고 했었어요. '3단 고음' 부분에 멜로디도 있거든요. 컴백 전에 멜로디를 할까 고음을 할까 고민했는데 첫 방송이다보니 임팩트있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서 고음을 했죠.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은 몰랐어요."
아이유는 '좋은 날' 후반부에 3옥타브 미에서 시작해 6마디를 12초간 파, 파#으로 한음 한음 올린다. 음원이 공개되자마자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온 '3단 고음'은 일주일가량 검색어 상위권에 머물며 각종 패러디의 대상이 됐다.
-앞으로는 '3단 고음' 하지 않을 생각인가요?
"네. 멜로디 부분을 부를 거예요. '3단 고음'을 하다보니 노래 앞부분은 안 들으시고 뒤만 기다리셔서요. 전체적으로 퍼포먼스 쪽으로 보여드리려고요. 안무도 바꾸고 많이 다른 면을 보여드릴 것같아요. 그래도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많으면 막방 때 보여드리려고요."
노래에 맞춰 '아.이.유.의.좋.은.날.레.알.대.박'을 외치던 팬들은 '3단 고음' 부분에 이르면 조용해진다. 고음이 끝나면 박수가 터져 나온다.
"첫 방송 때는 전혀 부담이 없었는데 기사 나오고 화제가 되니까 얼떨떨했어요. 팬들 기대감도 커지니 두 번째부터 부담이 되더라고요. 세 번째는 부담감이 최고조였고요. 그러다 안하니 아쉬워하시는 팬들이 많아서 아직까지 고민이 되긴 해요. 애초에는 라이브로 3단 고음을 계속 한다는 계획자체가 없었거든요."
-악보 처음 받았을 때 어땠어요?
"'부(BOO)'도 사실 높은 노래에요. 3옥타브 미까지 올라가는 걸 녹음하면서도 '참 높게 만드셨네'했는데 파#까지 올라가니까 부담이 많이 됐어요. 제가 원래 고음에 자신이 있지 않아요. 목소리도 중저음인데 이 목소리도 노력해서 바꾼 거거든요. 이렇게 높게 올리는 게 처음이어서 걱정도 됐는데 여러 가지 변화를 주고 창법도 바꿔서 보여드리면 좋지 않을까 해서 도전해 봤어요."
-녹음은 몇 번만에 했어요?
"세 번이요. 힘든 건 계속하면 목이 쉬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한 방에 끝내버리자는 생각으로 빡 질렀어요. 해보니 생각보단 괜찮은 것 같아서 라이브에 도전한 거고요."
-반응에는 만족해요?
"우선은 정말 감사드리죠. 그런데 포커스가 너무 3단 고음에 맞춰져요. 컴백 자체가 '3단 고음'을 위한 것처럼 느껴져서 조금 안타까운 것도 있어요. 그래서 무대에서 '3단 고음'을 빼려는 생각도 하는 거고요."
-라이브 무대에 서려면 리허설에서도 해봐야 하죠?
"네. 그래도 아침에 드라이 리허설에서는 PD님들도 '3단 고음' 안하는 거 이해해 주시더라고요. (웃음) 카메라 리허설 때 하고 대기실에 있을 때 좀 해보고요."
"사실 그렇게 고음은 아니에요. 웬만한 여자 가수분들은 할 수 있는데 굳이 안하시는 것 뿐이죠. 이건 어떻게 보면 '난 이렇게까지 올라가요'라는 과시잖아요. 사실 이민수 작곡가님도 곡을 만들 때 마지막에 하이라이트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해서 '안되면 말고'라는 심정으로 넣으신 거래요. 제가 녹음 끝내고 나오면서 '오빠 이 노래 장난 아니에요' 이러니까 '장난인데, 장난으로 쓴 거야'라고 하셨거든요. 과시적인 부분이 많아서 그렇지 걱정하시는 것만큼 성대에 무리가진 않아요. 무리면 안하겠다고 했겠죠. 목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고요."
목 관리법을 물어봤더니 "목에 좋다는 건 다 먹는"단다.
"활동이 많다보니 '3단 고음'이 힘든 게 목 때문이 아니고 몸 때문인 게 느껴져요. 도라지즙만 먹을 게 아니라 장어를 먹어야겠구나 그런 생각도 들어요."
아이유는 "'3단 고음'을 하니 목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목에 좋다는 음식도 챙겨먹고, 관리도 잘하고 있으니 걱정말라"며 웃었다. 사진제공 로엔엔터테인먼트.
▶ "대중가수는 대중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1순위"
-올 여름에 성대 결절 왔었죠?
"제가 웃을 때 확 까무라치게 웃어요. 웃는 습관 때문에… 요새는 일부러 고치긴 했어요. 성대 결절 왔을 때는 행사에 라디오 임시DJ까지, 목을 많이 썼거든요. 무리를 해서 성대 결절이 왔는데 쉬고 치료하고 그랬더니 성대가 단단해졌어요."
-본인이 수술없이 굳어지게 하고 싶다고 했다고 들었어요.
"선배 가수님들께 많이 여쭤봤어요. 가수 중에 성대 결절 오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더라고요. 목을 많이 쓰는 직업이니까요. 'SG워너비' 이석훈 오빠, 동균 오빠, 거미 언니한테 여쭤봤는데 성대 결절은 불가피한데 수술해서 안 좋게 되는 케이스가 훨씬 많은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특히 이석훈 오빠는 성대 결절이 와서 수술할까 고민하다 방치했더니 그 안에서도 잘 되더라고 하셨어요. 그 이야기에 용기얻고 고치면 되겠구나 마음놓고 치료만 받았어요."
이후 아이유 목소리는 예전보다 조금 더 허스키하게 변했다. 17살 '예쁜' 목소리와 멀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을까.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용감한 편이에요. 저는 목소리가 바뀌면 바뀐 대로 매력이 있을 것 같아서 딱히 걱정하진 않았어요. 물론 간질간질한 목소리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많으세요. 그런데 거미, 임정희 등 제가 동경하고 멋있다고 여기는 선배들은 목소리는 허스키하면서도 고음 올라갈 때 약간 쇳소리가 나거든요. 목이 안 좋을 때 제가 고음 올릴 때도 그런 소리가 나는 거예요. 그게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발라드 부를 때는 훨씬 애절해보이고 뿜어내는 느낌이 있어서 정말 좋았고요."
-성장기다보니 목소리는 계속 변할 거예요. 목소리가 더 허스키하게 변했으면 하나요?
"그런 건 아니에요. 지금 목소리도 저는 충분히 만족하고요. 바뀌더라도 상관없다는 뜻이에요."
-아이유가 원하는 음악과 무대에서 보여주는 음악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대중이 원하는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 같아요.
"저 자신이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 처음엔 제가 원하는 음악이 아니라고, 저랑 어울리지 않는다고 투정도 많이 부리고 소속사에 얘기도 하고 그랬는데 돌아보니 제가 건방졌다고 느껴져요. 제가 선택한 길은 대중가수니까 대중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1순위잖아요. 제가 그걸 간과했던 것 같아요. 또 지금은 신인이잖아요. 대중이 저를, 제 목소리를 신뢰하고 저를 많이 믿어주실 때 '제 목소리로는 요런 것도 잘 어울리는데 한 번 들어보실래요?' 애교스럽게 내놓더라도 늦지 않을 것같아요."
또 "여러 장르에 겁 없이 도전하다보니 '나는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 잘 어울리네'라는 자신감이 붙는 것 같다"며 가수 윤상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얼마 전에 윤상 오빠와 작업하는데 오빠가 제가 사랑받는 이유는 다른 가수들에 비해 겁이 없어서인 것 같다고 하셨어요. '이걸 하면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이게 내가 하고 싶은 건데…' 고집부리지 않고 대중들이 원하면 '이것도 한 번 보여드릴께요' 보여주고 타협하는 모습을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요. 그 때 다시 한 번 생각했어요. 난 대중가수니까 내가 틀리지 않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요."
▶②편에서 계속
▶③편에서 계속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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