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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커버스토리]아이유 “밤마다 찾아오는 남자귀신을 모티브로…” ②

입력 | 2010-12-23 11:53:20


▶①편에서 이어짐


"'리얼'은 믿고 따라가자는 마음으로 작업"

-'좋은 날'을 타이틀곡으로 정한 이유는?
"사실 제가 선택한 건 아니고요(웃음), 6곡 모두 아껴요. 노래를 들으면 무대가 보이잖아요. 정말 좋지만 무대용은 아닌 곡도 있고 어떤 곡은 듣는 순간 무대가 그려지기도 해요. '좋은 날'은 눈에 귀에 가장 큰 임팩트를 주지 않았나, 타이틀곡에 적합하지 않았나 싶어요. 엄마한테도 1번부터 6번까지 다 들려드렸더니 이거 타이틀곡이지? 찍으시더라고요."

-이번 음반에서 아이유가 추구하는 음악과 가장 맞는 노래는 뭔가요?
"이번 음반에는 기라성같은 분들이 참여해주셨기 때문에 믿고 따라가자고 마음먹고 작업했어요. 앨범 표지부터 헤어, 메이크업, 작사작곡팀 전부 쟁쟁하신 분들이 도와주셔서 저는 노래할 때만 상의했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음악이라고 내세울 것도 없어요. 예전 같았으면 아무래도 '첫 이별 그날 밤'이겠죠. 어쿠스틱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곡이거든요. 반면 예전 같았으면 '이 노래 내 취향 아닌데'했을 법한 노래도 지금은 나랑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느껴지기도 해요. 천둥 오빠가 피처링한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가 그래요."

아이유는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는 그룹 '엠블랙'의 천둥이 피처링하고 신사동 호랭이가 작곡해 더욱 특별하다고 했다. 셋이 연습생 시절을 함께 보낸 사이기 때문.

"상현 오빠(천둥)랑 호양이 오빠(아이유는 신사동 호랭이를 '호양이 오빠'라고 불렀다)랑 저랑, 셋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을 때 함께 했었는데, 그런 셋이 모여서 뭔가를 했다는 것 자체가 뿌듯하고 찡했어요."

-'혼자있는 방'에는 공동 작가사로 이름을 올렸어요.
"방에 혼자 앉아 누군가를 계속 기다린다는 모티브는 제 거예요. 사실 처음엔 작사를 저한테 전부 맡기셨어요. 그래서 작사해서 보여드렸더니 너무 야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디테일이 많이 바뀌었는데 아직까지도 왜 야하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지금은 헤어진 사람을 기다린다는 내용인데 제가 처음에 썼던 건 그냥 밤에 누군가를 기다리는 거예요."

-무작정 기다려요?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거죠. 제가 가위에 눌렸었는데 남자귀신이 와서 사랑한다고 하는 거예요. 그리고 그냥 가버렸어요. 깼는데 기분이 묘했어요. '나를 왜 사랑하나' '나를 사랑하는 귀신이 있나' 생각이 많았어요. 그 다음에 또 꿈에 모르는 얼굴인데 잘생긴 남자귀신이 나와서 사랑한다고 그랬고요. 어느 순간부터 귀신 안 오려나 기다리게 돼서 그 귀신 생각하면서 썼어요. 내가 잠들면 찾아오는 너. 그런 모티브였어요."

원래 가사를 물어보려는 순간 아이유가 갑자기 노래를 시작했다. "'조용히 소리없이' 이런 부분은 제가 썼던 그대로고요. '누군가 다가와 잠든 날 깨우지. 날 기다렸니 눈을 떠 베이비' 이런 식의 가사였어요. 그런데 이게 야하대요. 그래서 사랑 노래가 이별 노래로 바뀌었죠. (웃음)"

"아직도 어디가 야한지 모르겠다"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신이 그 이후로 한 번도 안 왔다"며 아쉬워하는 모습은 딱 고등학교 2학년 소녀다.

-올초 올해의 목표로 작곡을 꼽았는데 잘 되고 있나요.
"사실 만들어보긴 했는데 부끄러워서 회사에 못 들려드렸어요. 지금 간을 보고 있는데… 만약 이번 앨범이 정규 앨범이었으면 인트로라도 써보자고 얘기라도 해봤을 텐데 미니앨범이다 보니 적은 곡 안에서 많은 것을 보여드려야해서 참았죠. 만약 다음 앨범이 정규라면 그 때쯤에는 제가 만들 곡들 중에 엄선해서 한 곡 정도는 인트로, 아니면 아무도 듣지 않는다는 '10번 트랙'이라도 넣을 생각이에요."

2010년 목표 중 하나로 작곡을 꼽았던 아이유는 세 번째 미니 앨범 \'Real\'의 \'혼자 있는 방\' 공동작사가로 이름을 올렸다. 사진제공 로엔엔터테인먼트


-작곡 외에 키 크기도 목표로 꼽았어요.
"하나도 안 컸어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키크는 운동이라고 해서 점프도 하고 복싱도 하고 그랬는데 안크더라고요. 내께 아닌가보다 포기했어요."

-친구만들기도 목표였죠.
"방송하면서 친구들도 많이 생겼어요. '영웅호걸' 통해 언니들도 많이 생겼고요. 올 해는 '영웅호걸'한 게 참 감사한 것 같아요. 정말 좋은 사람을 많이 얻었어요. 출연자들이 14명이다보니 어딜 가든 아는 얼굴이 한 명씩은 꼭 있어요. 제가 솔로다보니 혼자 있고 그랬거든요.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서 용기도 많이 얻고 저도 좀 밝아진 것 같고요. 자신감도 좀 생기니 그런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해서 앨범도 잘되지 않았나 싶어요."

-낯가림이 심해서 적응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그렇죠. 제가 어렸을 때부터 사람많고 시끄러운 걸 싫어해요. 그러다보니 생각도 많아지고 책 읽는 시간이 많아져서 자기계발이 많이 되지 않았나 싶지만(웃음). 데뷔하고도 사람들하고 친해지려고 하는 편은 아니에요. 차츰차츰 알아가고 공감대 형성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게 진짜 친해지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영웅호걸' 처음 들어갔을 때도 딱히 노력하지 않고 진실되게만 방송에 임하자고, 폐만 끼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진심을 언니들이 알아봐주셔서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그래서 더 돈독해진 것 같고요. 고생하면서 차츰차츰 친해졌기 때문에 저한테는 정말 특별해요.

-예능이기 때문에 '내 분량' 챙겨야한다는 스트레스도 있을 것 같아요.
"그 욕심도 없었어요. 그냥 이렇게 잘 나가는 사람들이랑 방송한다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그래서 처음에 인기투표에서 11위해도 상처받지도 않았어요. '12위한 수아언닌 어떻게 하지? 차라리 내가 12위하면 마음 편하겠는데' 싶고요. 전 인기도 욕심나지 않았거든요. 욕심내면 화가 먼저 오는 것 같아서요. 기대안하고 있었는데 성과가 오면 훨씬 큰 기쁨이잖아요. 그래서인지 '영웅호걸' 순위가 조금씩 오르는 것 보면 이래서 묵묵히 열심히 하면 되는거구나 느껴지기도 하고요."

-열심히만 했다가 통편집되면 어떻게 해요.
"편집이 되는 안 되든 항상 열심히 하는데 어떻게 다 편집하겠어요. 어느 한 부분은 좋은 모습이 나가겠죠. 그리고 '영웅호걸' 언니들 모두 열심히 한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다들 열심히 하세요. '일일 레스토랑'할 때 니콜 언니는 손을 데어가면서 돈까지 튀기고, 수아 언닌 이마에서 피가 나는데도 웃어요. 방송에서 보이진 않지만 봉선 언닌 '영웅호걸' 팀을 지휘하고요. 눈물까지 보이며 열심히 하자고 하시면 편집이 될지언정 한 마디라도 더 해야겠다 싶어서 헛소리라도 하게 되요."

-그래서 그런가. 얼마 전 '영웅호걸' 인기투표에서 1위했을 때 고개도 못 들었죠.
"죄송하더라고요. 한 것 없이 얻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11위, 9위하다 갑자기 1위하니 좀 얼떨떨하고 미안하기도 하고요. 내가 받아도 되는 건가 싶었어요."

▶ "드라마 '드림하이' 출연하는 이유는 노래하는 캐릭터이기 때문"

요즘에는 '대세'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레 붙어다닐 정도지만, 아이유는 이런 인기도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저는 달라진 게 없어요. 데뷔 초랑 지금이랑 그대론데 그걸 봐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다르게 보는 사람들이 생긴 거예요. 데뷔 초에 돌았던 영상이 지금 다시 도는데 반응이 다르거든요. 저는 달라진 게 없는데 사람들이 저를 보는 시선이 달라진 거라 얼떨떨해요."

-'잔소리'로 1위하고도 좀 더 노력하고 고생해서 1위 하고 싶다고 한 적이 있죠.
"'잔소리'는 제가 녹음한 것 빼고는 정말 한 게 없어요. 작곡가님 작사가님 슬옹 오빠 덕인데 마이크는 정작 제가 쥐니 스포트라이트는 저한테 오는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컸어요. '미아'나 '부' '마쉬멜로우'로 1위를 했다면 저도 활동하고 어느 정도 노력한 게 있으니 지나간 시간들 생각나면서 눈물도 났을 것 같아요. 그런데 '잔소리'는 정말 노래가 좋아서, 슬옹 오빠 팬덤 덕도 컸기 때문에 1위 받자마자 오빠에게 마이크를 줬어요, 좀 부담스러웠고 이건 내 1위가 아닌 거란 생각에 눈물도 안 났고요."

'좋은날'은 "1위 후보가 목표"라고 밝혔다. "스태프들이 밤을 새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다 봤기 때문에 그분들 위해서라도 좀 더 선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위 한다면 '잔소리' 때와는 다를 것 같다"던 아이유는 19일 SBS '인기가요'에서 뮤티즌 송을 수상하자 눈물을 쏟고 말았다.

아이유는 '2AM' 슬옹과 부른 '잔소리'로 데뷔 후 첫 1위를 받았다.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대중들이 아이유에 주목하기 시작한 게 예능 프로그램에 기타를 들고 나오면서였던 것 같아요. 누구 아이디어였나요.
"제 생각이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데 저한테 '소녀시대' 지(Gee)를 틀어놓고 춤을 추라고 하셨어요. 그 때는 '내가 소녀시대 언니들보다 춤을 잘 추는 것도 아니고 언니들이 추는 게 예뻐보이지 내가 추면 더 못해 보일 텐데 왜 춰야할까. 내가 한다고 누가 봐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전 이유가 합당할 때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봐 줄 만하게, 제가 기타를 조금 칠 줄 아니까 제 스타일로 바꿔서 불러보겠다고 했어요. 그랬는데 화제가 돼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계속 아이돌 노래만 하는 것도 지겹겠다 싶어서 대 선배님들 노래도 해봤어요. 솔직히 신인이 건방진 생각이었죠. 시키면 해야죠. 입다물고 열심히 해야죠. 하하하."

-그런데 요즘 기타들고 나오는 걸 못 본 것 같아요.
"여기저기서 하다보니까 제 기타 실력이 과장됐어요. 저 기타 정말 못 쳐요. 제 노래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만 칠 수 있어요. 그래서 기타 치기 전에 항상 잘 치는 기타가 아니라고 말씀드려요. 그렇게 말해도 '수준급 기타실력'으로 포장돼서 나오더라고요. 그런 게 부담되고 거짓말하는 기분도 들어서 꺼리게 되는 거예요. '수준급'이라고 알려졌으니 거짓말이라는게 들통나지 않으려면 제가 수준급이 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그 전까지는 기타치는 걸 피하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연습을 하고 있어요."

-이제 드라마 '드림하이'를 통해 연기에도 도전하죠. 가수보다 '연예인' 느낌이 강해지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어요.
"연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고 항상 말해왔는데 '드림하이'를 하겠다고 한 건 역시나 노래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에요. 예고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가수만큼 퍼포먼스하고 노래하는 드라마이고 제가 맡은 역할 '필숙'도 저처럼 퍼포먼스는 잘 못하지만 노래를 정말 사랑하는 아이에요. 그런 드라마라면 제가 필요할 것 같았어요."

-연기 수업은 받나요?
"딱히 수업을 받진 않아요. 데뷔전에는 받았고요. 계속 리딩하면서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캐릭터를 찾아가고 있어요. 그게 이해하기 쉽고 빨리 동화되는 것 같아요. 전 혼자 고민하고 배워가는 게 잘 맞는 것 같아요."

▶③편에서 계속

김아연 기자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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