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윈윈 도로’ 교통대책은 ‘0점’
부산 금정구에 사는 황은선 씨(45)는 19일 오전 남편(49), 딸(11)과 함께 거가대로를 이용해 거제도에 가기로 했다. 거가대로로 연결하는 남해안고속도로 가락 교차로로 진입한 시간은 오전 11시 40분. 500m도 못가 4차로가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차를 돌릴까 싶었으나 모처럼 만의 나들이라 ‘이만한 불편쯤은 견뎌야지’라고 생각했다. 시속 10km 이하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승용차는 노부모를 모시거나 어린이를 태운 가족 나들이객이 대부분. 대구 대전 전북 경북 등 외지 차량도 많았다. 차에서 내려 걸어가는 사람이 줄을 이었다.
몇 가족은 아예 갓길에 차를 세워놓고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평소 20분이면 충분했던 거가대로 진입부인 녹산공단 사거리 송정 나들목(8.5km)까지 남편과 운전을 번갈아 한 시간은 6시간. 그는 오후 7시 시내에서의 중요한 약속 때문에 결국 눈앞에서 거가대로 진입을 포기하고 을숙도대교 쪽으로 차를 돌렸다.
14일 거가대로가 개통된 이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박’에서부터 ‘교통지옥’이란 지적까지 평가도 극과 극이다. 연말까지 무료이긴 하지만 통행량은 예상치 3만여 대를 훨씬 웃돌고 있다. 14일 개통 첫날 5만6851대이던 통행량이 주말인 18일에는 6만8017대로 늘었고 19일에는 7만2991대를 기록했다. 개통 이후 거제에서 부산으로 간 차량은 23만4797대, 부산에서 거제로 간 차량은 23만6956대였다. 이러다 보니 거제에는 사람이 넘쳐나고 있다. 데이트 장소로 이름난 ‘바람의 언덕’과 관광지인 거제포로수용소 등은 북새통을 이뤘다. 음식점과 편의점, 숙박업소 등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거제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53)는 “주말과 일요일에는 일손이 모자랄 정도”라고 말했다.
성형외과 원장 이모 씨(48)는 “거가대로 특수와 방학 특수가 맞물려 예약자가 많다”고 말했다. 부산 강서구와 사하구 일대는 부동산도 들썩이고 있다. 거제지역 회사원들이 자녀 취학이나 학원 수강 등을 위해 부산으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
거가대로 이용자들은 한결같이 “거가대로 개통으로 부산과 경남이 ‘윈윈’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은 좋지만 교통대책은 ‘빵점’”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부산발전연구원 최치국 연구실장은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가덕대교∼송정 교차로 구간(1.5km) 고가차도 건설 시기를 앞당기고 2015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제2신항 배후도로도 내년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