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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 정치참여’ 줄잇는 주장… 새해 교육계 핫이슈로

입력 | 2010-12-24 03:00:00

“교실 이념화 우려” “선진국 거의 허용”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10월 12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교원의 정치 참여를 위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도 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11년 교육계를 뜨겁게 달굴 이슈 중 하나는 ‘교원의 정치 참여’다. 앙숙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최근 잇따라 “연대해서라도 정치적 자유를 보장받도록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은 10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교원의 정치 참여 필요성을 역설하며 “전교조와도 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근 15대 전교조 위원장으로 당선된 장석웅 당선자도 당선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교사들도 시민의 보편적 권리인 정치적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모든 교원단체와 연대 투쟁하겠다”며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을 만나 포괄적 제안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단체가 이처럼 한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따라 대선과 총선이 함께 치러지는 2012년을 앞두고 내년부터 양 단체가 교원의 정치 참여 허용 입법을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 대선 앞둔 내년이 적기

한국교총은 최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점진적, 단계적인 정치 참여 추진 방안을 최종 승인했다. 이 방안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정치 참여를 추진한다는 계획으로 1단계는 교원의 선거 출마를 허용하고, 당선 시 휴직을 보장하며, 정당 정책 지지를 허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어 2단계에서는 각계의 우려가 큰 정당 가입과 선거운동 자유까지 보장받을 계획이다.

한국교총은 이를 위해 교총 내 실무 태스크포스(TF)팀과 내·외부 전문가, 법조계 인사 등을 망라한 ‘정치 참여 특별위원회’를 꾸릴 계획이다. 이미 TF팀은 구성했으며 내년 초 위원회를 꾸려 법률 개정안을 만든 뒤 국회의원들과 정당을 상대로 입법 추진 운동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또 2012년에는 교원의 정치 참여를 대선 및 총선 공약에 반영하도록 압박한다는 것이 한국교총의 계획이다.

한국교총은 이를 위해 교원의 정치활동 자유 보장을 담은 ‘10대 입법청원’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달 6일까지 서명을 받은 결과 전국 교원 20만3281명이 동참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총 회원 16만여 명을 넘는 수치다. 교총은 서명 결과를 토대로 곧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본격적인 입법청원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내년부터 지도부가 전면 교체되는 전교조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정치권과 협조해 교원의 정치 참여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총 회장과 전교조 위원장이 한자리에서 만난 지 3년이 넘었는데 조만간 이런 자리가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오래된 논쟁 ‘교원 정치 참여’

제15대 전교조 위원장으로 당선된 장석웅 당선자는 12일 기자회견에서 “교사와 교원노조의 정치활동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연대투쟁하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교원단체에서 정치 참여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국교총은 2001년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치 참여를 주장했고 전교조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주요 선진국 중 교원의 정당 활동을 금지하는 나라는 드물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부는 교원의 정치 참여는 허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교육 문제가 지나치게 이념화돼 있다”며 “교육에 정치가 많이 끼어 학교 현장 변화가 더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헌법에도 금지돼 있는 것으로 엄격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은 여야 모두 얼마만큼의 정치적 참여를 요구하는 것인지에 따라 규제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 등 일부 의원은 “교원의 정치 참여는 명백한 위헌이고 학교 현장을 정치판으로 만든다”며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 교육공무원법, 교육기본법 등에서 교원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제한이 평등권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는 헌법재판소 판단도 나와 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04년 “초중등학교 교원의 정당 가입 및 선거운동의 자유를 금지함으로써 정치적 기본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현 시점에서는 국민의 교육기본권을 더욱 보장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헌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판결했다.

헌법재판소는 교원의 정치 참여 제한 이유로 △감수성과 모방성, 수용성이 왕성한 초중등 학생에게 교원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교원의 활동은 근무시간 내외를 불문하고 학생들의 인격 및 기본생활습관 형성 등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잠재적 교육과정의 일부분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 △교원의 정치활동은 교육 수혜자인 학생 입장에서는 수업권 침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등을 꼽았다.

○ 교실 정치화 우려

교원단체는 “교실 안팎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교원의 정치 참여는 문제없다”고 주장한다. 한국교총이 말하는 정치 참여도 교원이 당선됐을 때 휴직할 수 있는 권리, 교실 밖에서 교육정책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 등 수업시간이 아닌 사적 영역에서의 활동이다. 전교조 장 당선자도 “시민적 권리를 찾는다는 범위에서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며 전면적인 정치 참여 권리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치 선진국과 우리는 정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교실 안팎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해외 선진국은 한 정당이 수십 년간 같은 주장을 하는 일이 많지만 우리는 이해관계에 따라 정당의 주장이 바뀌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교육감이 선출직으로 바뀌면서 교실 안팎을 구분하는 게 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교사가 지지하는 교육정책에 따라 교육감 선거에서 자기 성향이 드러날 수밖에 없고 이에 학생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