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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대북정책 노선 이틀째 충돌

입력 | 2010-12-24 03:00:00

홍준표 “남측이 10년간 퍼준 물자로 핵개발”
남경필 “남북화해 방향 잡은 점 평가 받아야”




홍준표 최고의원

23일 한나라당에선 대북 정책 노선을 둘러싼 논쟁이 전날에 이어 계속됐다. 당 지도부에서는 민감한 국가안보 이슈에 대한 이견이 조율되지 않은 채 외부로 알려지는 데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 홍준표 vs 남경필, 햇볕정책 공과 논란


이날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최고위원은 전날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남경필 의원이 한 발언을 문제 삼았다. 남 의원이 “햇볕정책은 일정한 실패도 있었고, 성과도 있었다”며 평화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해 홍 최고위원은 “(햇볕정책이 이어진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의 위장평화 시대 동안 (남측이) 퍼준 물자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했는데 그 정책이 옳았느냐. 중진 의원이 그렇게 얘기한다는 건 놀랍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홍 최고위원은 이어 “이 시점에서 대북 유화정책을 펴자고 주장하는 것은 정부 정책의 탄력성과 추동력을 잃게 한다”며 “내년 3, 4월이 되면 정부 정책도 융통성 있게 바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권에는 북한이 앞으로 추가 도발을 감행하지 않을 경우 내년 상반기 중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해 젊은 층과 이념의 중간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이에 남 의원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햇볕정책이 완벽하게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무장을 도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지만 큰 틀에서 남북 화해로 가는 방향을 잡았다는 점에서 평가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남 의원은 “햇볕정책의 분명한 공과를 평가하고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 3000’ 정책에 대한 공과를 함께 묶어 제3의 대안을 마련하자는 차원에서 얘기한 것”이라며 홍 최고위원을 상대로 토론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정두언 최고위원도 전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이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이 정부 들어 추진한 대북 정책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며 대북 강경 대응 자제를 당부하는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의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기고문 내용을 언급했다. 정 최고위원은 “정부의 대북 정책이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고 한국의 고립을 심화시켜 이익이 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 민주당 반색, 한나라당 내 이견 노출 자제 요구

남경필 의원

이날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한나라당 중진들이 ‘강경 대북 정책을 검토할 때다. 북핵 개발을 과거 민주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이라며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병수 최고위원은 “대북 정책 노선과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정리하고 정부 측과 논의한 끝에 이야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나경원 최고위원도 “당에서 정돈되지 않은 의견이 나가는 것은 북한과 국제사회에 대한 메시지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 메시지 혼란은 또 다른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