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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두 얼굴의 한반도 외교]정부, 속은 쓰리지만… 맞대응 자제

입력 | 2010-12-24 03:00:00

“사격훈련은 주권 행위” 재확인… 어선 - 체포 선원 문제는 中과 협의




정부는 한국군의 연평도 사격훈련에 대한 중국 정부와 언론의 비판에 불편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일일이 맞대응하다가는 문제가 다른 방향으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판단에 따라 정면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김영선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연평도 사격훈련은 한국 영토와 해역에서 이뤄진 정당하고 자위적인 성격의 훈련”이라며 “(한국은) 주권국가로서 안전보장을 위해 정당한 훈련을 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주권에 관한 사안에 간섭하지 말라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또 김 대변인은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최근 문제의 소지가 생긴 근본적인 원인을 북한이 제공했다는 것”이라며 “무고한 시민에게 피해를 입힌 도발은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가해자를 그대로 둔 채 피해자를 나무라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뜻을 드러낸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환추(環球)시보 등의 보도와 관련해 “비록 중국 정부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할지라도 언론의 보도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다만 별개의 사안이 서로 연계돼 파장을 미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한중 양국 간에 긴밀한 협의를 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국 어선의 전복 사고를 둘러싼 외교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한다는 방침 아래 다각적인 해결 노력을 벌이고 있다. 이 문제가 가뜩이나 민감해진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교부는 이날 주한 중국대사관 측과 접촉해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하자는 메시지를 교환했다. 외교부는 이 자리에서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를 중국 측에 설명하고 이번 사고로 사망한 중국인 선원 시신 운구와 현장에서 체포된 선원 3명, 나포된 어선 5척의 처리 방안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중국의 공격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중국이 주요 2개국(G2) 중 하나로 급부상하면서 미국과의 안보경쟁 구도에 몰입돼 있는 데다 조만간 교체될 현 지도부의 불안한 미래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중 7명이 2012년 교체될 전망”이라며 “대외 문제에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내부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기류가 중국 지도부를 강경으로 내모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 정권의 불안한 상황이 ‘북한 편들기’로 나서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사정이 어려운 만큼 북한 정권을 다독이기 위해서라도 대외적으로 강경한 역할을 중국이 맡아야 한다는 게 중국 내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