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가 평화의 해법 아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강원 양구군 육군 제21보병사단(백두산부대)에서 장병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대한민국은 평화를 사랑한다. 한반도 평화, 평화적 통일을 원하고 있다. 우리는 전쟁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억제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우리는 공격을 먼저 하지 않지만 공격을 받으면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강하게 반격을 해야 한다. 앞으로는 (도발을) 못하도록 대반격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그동안 많은 인내를 했다. 인내하면 이 땅의 평화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며 “강력한 대응을 해야 평화를 지킬 수 있고, 도발을 억제할 수 있고,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생각이 흐트러지고 마음이 하나가 되지 못하면 (북한이) 우리를 분열시키기 위해 도발을 한다”며 국민적 단합을 역설했다.
▼ “南 분열시키려 北은 도발한다” ▼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번 천안함 사태 때 봤지 않았느냐. 수십 명이 희생됐는데도 그게 북한의 소행이 아니다, 미국이 했다, 한국군이 조작했다고들 했다”며 “북한이 ‘공격하면 남한이 분열되는구나’ 하고 얕잡아본다”고 지적했다. 또 “불행하게도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집단이 북에 있다. 주민이 다 굶어 죽게 됐는데, 원자탄을 만들 돈이면 국민을 모두 먹고살게 할 수 있다”며 북한 정권을 겨냥했다.
이 대통령의 백두산부대 시찰은 우리 군의 연평도 해상 사격훈련 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경계태세를 점검하고 군의 사기를 앙양하기 위한 행보다.
강원도 동부 최전선을 책임지는 백두산부대는 155마일 휴전선 중 가장 험준한 산악지대에서 가장 긴 철책선을 지키고 있다. 북한과 마주한 거리가 가장 가까운 곳은 680m밖에 안 된다. 이 부대는 1990년 3월에는 동부전선 최초의 땅굴(제4땅굴)을 발견하기도 했다.
헬기를 이용해 현지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21사단 예하 철책 경계부대의 가칠봉 관측초소(OP·해발 1240m)에 올라 장준규 사단장으로부터 부대 현황을 보고받고 쌍안경으로 북한군 망루를 관찰했다.
방명록에 ‘최전방에서 나라를 지키는 백두산부대를 믿고 사랑합니다’라고 적은 이 대통령은 초병의 경계근무 교대식을 지켜본 뒤 장병들의 손을 잡고 모자를 씌워주며 “나라를 지키는 일이니 열심히 해 달라”고 격려했다.
이어 1050고지에 있는 도솔대대에서 장병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이 대통령은 “내가 북한과 가장 가까이 마주보고 있는 부대, 가장 날씨가 추운 부대를 가겠다고 했다”면서 “(특히) 이 지역까지 온 것은 북한이 서부지역에서 (도발을) 할지, 동부지역에서 할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서다. 여러분이 긴장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당부했다.
또 “어쩔 수 없이 군에 왔다고 하면 큰 실패가 된다”면서 “투철한 국가관,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투철한 정신을 갖고 전역해서 사회에 돌아오면 그 정신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때가 때인 만큼 북쪽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근무해주길 바란다”는 당부로 말을 맺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북쪽 향해 눈 부릅뜨고 근무를”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강원 양구군 제21보병사단(백두산부대)의 가칠봉 관측초소(OP)를 둘러보고 있다. 백두산부대는 북한과의 거리가 가까운 곳은 680m밖에 안 되는 최전방에 위치해 있다. 이 대통령은 “내가 북한과 가장 가까이 마주보고 있는 부대, 가장 추운 곳에 있는 부대를 가겠다고 했다”며 장병들을 격려했다. 양구=김동주 기자 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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