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에서도 올해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 열풍, 법정 스님의 입적, 한일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일본의 문화재 반환 약속 등 굵직한 뉴스가 적지 않았다. 올 한 해 문화계 이슈를 일곱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정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 신드롬… 공정사회 화두로
‘정의란 무엇인가’는 올해 인문서로는 처음으로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8월 20일 샌델 교수가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한 강연에는 4500여 명이 몰리는 ‘정의 신드롬’을 낳기도 했다. 샌델 교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논리가 정치논리를 지배하면서 정의에 대한 배고픔이 생겼다”며 열풍의 원인을 짚었다. 정부가 국정 후반기 정책기조를 ‘공정’으로 정한 것도 이 책의 영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강제병합 “日의 주권 침탈은 무효” 한일 지식인 선언
나라의 주권을 빼앗기는 일을 겪은 지 100년이 되는 해. 5월 10일에는 한일 지식인들이 한일강제병합이 사실상 불법 무효였다는 것을 선언했고, 8월에는 일본 간 나오토 총리가 한일강제병합과 관련한 담화를 발표했다. 일본 총리의 담화는 일본 지식인들의 인식보다 뒤처진 것이었으나 일제 때 반출한 문화재를 반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본의 적극적인 역사인식과 사과를 이끌어내는 일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환수 日-佛불법반출 문화재급 도서 반환 발표
총리 담화에 대한 후속 조치로 일본 정부는 궁내청에서 보관 중인 일제강점기에 불법 반출된 한국 도서 1205책을 반환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조선왕실의궤 167책 전부와 법전인 대전회통 1책, 증보문헌비고 99책, 규장각 도서 938책이 포함됐다. 11월 12일에는 프랑스 정부가 ‘5년마다 갱신이 가능한 대여’ 방식으로 1866년 병인양요 때 약탈해 간 외규장각 도서를 반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균열 광화문 현판 금가고 종교계도 내부 갈등
광화문 현판이 복원한 지 석 달도 안 돼 금이 갔다. 12월 3일에는 국보 제21호 경북 경주시 불국사 3층석탑(석가탑)에도 균열이 발생했다. 불교계에서는 서울 봉은사 직영 문제로 조계종 총무원과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이 심각한 갈등을 드러냈다. 명진 스님이 정치권력의 외압설을 제기하면서 정치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천주교는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발언에 정의구현사제단이 추기경의 용퇴를 주장하며 서로 갈라지는 양상을 보였다.
무소유 법정 스님 입적, 물질만능 사회 자성 계기
3월 11일 입적한 법정 스님이 남긴 ‘무소유’의 유지가 물질만능주의에 물든 우리 사회에 자성을 촉구했다. 스님은 유언에서 “일절 장례의식 하지 말라. 관과 수의를 따로 마련하지 말고, 평소 승복 입은 그대로 다비하라”고 말했다.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했던 스님이 책 인세를 장학금으로 기탁해온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스님이 “풀어놓은 말빚을 남기지 않겠다”며 말하면서 ‘무소유’ 등 그의 책은 올해 말까지만 판매한다.
인생역전 중학교 중퇴 학력으로 오디션 프로 우승 화제
케이블채널 Mnet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2’에서 중학 중퇴 학력의 허각 씨가 1위에 오르며 ‘인생역전’이란 말을 실감케 했다. 134만 명의 참가자 중 정상에 선 허 씨는 현금 2억 원, 자동차 1대, 앨범 제작의 기회를 얻었다. 불황을 겪는 가요계에서 과연 그가 가수의 꿈을 이어갈 수 있느냐는 회의적인 반응과 함께 일반인이 스타로 등극하는 프로그램이 대중문화의 판타지를 재생산했을 뿐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3D 열풍 영화 ‘아바타’ 인기몰이… 이미지 콘텐츠 쏟아져
연초 3차원 입체영화 ‘아바타’의 글로벌 열풍을 계기로 이미지의 기술적 가공을 통해 시각의 쾌감을 극대화하는 이미지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다. 어린이, 액션, 애정물 등 거의 모든 장르의 입체영화가 나오며 바야흐로 3D의 전성시대가 오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 이면에는 이미지 강화에만 몰두하다가 콘텐츠의 뼈대인 이야기가 약화되고 실종되는 현상이 심화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