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격투기 프라이드 경기에서 최홍만(오른쪽)이 표도르와 맞붙고 있다.
처음에는 권투 유도 레슬링 등이 거론되다가 나중에는 펜싱, 양궁까지 나왔고, 결국 권총으로 10m 밖에서 직경 11.5㎜의 표적 점에 정확히 탄환을 명중시키는 사격이 최강이라는 결론을 내고 실없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총기 소유가 자유로운 미국에서 프로복싱, 프로레슬링과 격투기가 성행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지인 중 한 명은 "미국에서는 일반 가정집에서도 호신용으로 총을 한 자루씩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웃집을 방문할 때에도 미리 연락을 하고 가야 할 정도"라며 "이 때문에 심한 분쟁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경우가 많고 어지간한 일은 변호사를 통해 법적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사람들이 서로 치고 받는 극한 상황까지 잘 가지 않는 이유는 잘못하면 총을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해서 생긴 스트레스는 프로복싱이나 격투기 등을 보면서 푸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종격투기 K-1 경기에서 하이킥을 날리고 있는 일본의 마에다 게이치로(오른쪽).
이 경기를 본 중국 누리꾼들은 무술고수가 KO패를 당하자 그 고수를 질타하는 글을 인터넷에 쏟아놓았다.
격투기 팬들 중에는 K-1이나 프라이드, UFC 등의 격투기에서 우승한 챔피언들을 '지구상에서 가장 강한 파이터', '최고의 전사'들로 부르며, 격투기 선수에게 나가떨어지는 무술인 출신 선수들과 특정 무술에 대해 비웃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는 격투기는 스포츠지만, 무술에는 전쟁 같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기술이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넓은 공간에서 적을 대적하거나, 나뭇가지나 돌 등 각종 자연지물까지 이용해 적을 제압할 수 있는 무술을 익힌 고수는 극한 상황에서는 총을 가진 자와도 대결이 가능하다.
특공무술 시범을 보이고 있는 병사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격투기만이 무적이고, 다른 고유의 무술은 한 수 아래라는 생각은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무리 격투기 챔피언이라도 총 앞에서는 '꼼짝 마라'이기 때문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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