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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도 쓰러지기 직전…“이러다 소보다 먼저 쓰러질라”

입력 | 2010-12-24 19:37:38


"이러다 소보다 사람이 먼저 쓰러지겠어요."

24일 강원 횡성군 중앙고속도로 횡성나들목 방역 통제 초소에서 만난 횡성군보건소 오은민 씨(여·49)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횡성군은 각 과(課)나 사업소별로 분담해 상황실, 방역통제 초소에 투입되거나 읍면을 돌아다니며 방역 지도를 하는 업무에 교대로 투입되고 있다.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남여 구분도 없다.

횡성에서 의심 신고가 처음 접수된 22일 오 씨는 야간에 방역통제 초소에 투입됐다. 밤새도록 차량의 서행을 유도하고 소독 여부를 지켜보느라 녹초가 됐다. "하루 8시간씩 방역통제 초소에서 근무하고 사무실로 복귀해 본래 업무를 하느라 며칠째 새벽에 귀가하고 있어요. 우리집 아이들이 '엄마 오늘은 일찍 들어오세요'라고 문자를 보낼 정도예요."

그러나 더 고생하는 축산 담당 동료들과 축산농가들의 고생을 생각하면 힘든 내색도 하기 힘들다. 그는 "우리가 이 정도니 축산 관련 부서 직원들은 어떻겠느냐"며 "아무쪼록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 시작된 구제역이 발생 한달 가까이 접어들고 있다. 30만 마리가 넘는 소와 돼지를 떠나보내야 했던 축산 농가들의 탄식도 크지만, 방역 일선에서 뛰고 있는 공무원들도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


●각 지자체, 가용 인력 모두 투입

최초 발생지인 안동시에서는 방역 근무 중이던 시청 직원이 병역초소에서 밤샘 근무를 하다가 숨지는 일까지 발생했다. 현재 1300여 명인 안동시 공무원 대부분이 방역에 매달리고 있다. 김동수 식품산업담당(53·수의6급)은 시청방역대책본부가 집이다. 오전 2시 쯤 잠시 집에 들어갔다가 눈을 잠시 붙인 뒤 오전 6시면 출근해 파악한 상황을 현장에 있는 직원과 농가에 전파한다.

안동지역 축산업 업무를 20년 가량 맡아온 그는 "지금 철야 근무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오직 구제역이 하루라도 빨리 없어지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또 "농가의 좌절과 도살처분되는 소와 돼지의 눈망울을 보면 정말 눈물만 나온다"며 한숨지었다.

구제역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안동 공무원들 사이에 '공무원 생활 패턴'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안동시 관계자는 "구제역이 발생한 안동 사람은 결혼식장에도 오지 못하도록 하는 바람에 축의금만 보내는가하면 집에서 배달해준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며 "처가에도 못가고 집안 경조사도 챙기지 못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지휘관들의 필수품 '간이침대'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각 지방자치단체장과 방역의 최종 책임자인 농림수산식품부 고위 공무원들의 방에는 간이침대가 필수품이 됐다.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은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들여 놓고 매일 같이 상황을 챙긴다. 장관 외에 다른 고위공무원들도 돌아가면서 상황실장을 맡아 밤샘 근무를 한다. 권영세 안동시장 역시 구제역 발생 이후 퇴근을 잊었다. 시장실에 간이침대를 놓고 새우잠을 자고 집무실은 현장초소와 시청 방역상황실로 바뀌었다.

역학관계 조사와 방역 대책 수립을 담당하는 농식품부과 수의과학검역원 직원들도 지쳐가긴 마찬가지다. 농식품부 담당과장인 이상수 동물방역과장은 23일 탈진해 링거까지 맞았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안그래도 인력이 딸리는데 백신 접종까지 결정되면서 더욱 심각해졌다"며 "정말 모든 가용 인력을 총 동원한 상황"이라고 했다. 백신 접종팀은 4인 1조로 움직인다. 방역 당국은 공무원으로 필수 인원(800명)을 채우지 못하자 각 지역의 농협 직원들까지 동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각 지역의 농가 사정을 잘 아는 농협 직원들까지 투입하기로 했다"며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축산농가들의 한숨을 생각하면 힘들다고 하기도 미안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횡성=이인모기자 imlee@donga.com

안동=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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