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DBR]고객 40% “직원 권유에 마음 흔들려”

입력 | 2010-12-25 03:00:00

매장 찾기 전 온라인서 사전조사하고 온다지만




오프라인 매장에 들어서기 전 온라인상으로 가격 비교까지 꼼꼼히 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지만 매장 판매사원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숙련된 영업사원 위주로 매장 내 영업력을 확충하면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DBR 그래픽

웹 2.0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의 존재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온라인 쇼핑몰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하는 고객들은 온라인 검색을 통해 이미 제품에 대한 정보를 줄줄이 꿰고 매장에 들어선다. 증강현실(AR·Augmented Reality) 등을 이용한 모바일 쇼핑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이나 매장에 설치된 인터넷 키오스크 덕분에 판매사원의 도움 없이도 원활하게 쇼핑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백화점을 비롯한 유통업체들은 판매사원 수를 줄이고 판매 커미션을 기반으로 한 영업모델을 바꾸고 있다. 유통업체들은 당장 원가를 절감할 수 있겠지만, 일선 판매사원들의 영업의욕은 크게 꺾였다. DBR 72호는 오프라인 매장의 영업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담은 맥킨지 쿼털리 보고서를 소개했다.

○ 고객은 구매만을 위해 매장을 방문하지 않는다

고객들의 정보력은 점점 막강해지고 있다. 일부 품목에 대해선 광범위한 사전 조사를 통해 매장을 찾는 고객이 75%나 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체들은 대개 고객들이 단지 ‘구매’만을 위해 매장을 방문한다고 여긴다. 고객이 자신이 무엇을 원하며 정확히 무엇을 구매해야 할지 이미 결심을 하고 매장에 들어선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맥킨지의 조사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매장 방문 후 점원의 적극적 권유에 마음이 흔들린다’고 대답한 고객이 응답자의 40%나 됐다. 고객들이 구매 의향이 있는 제품에 대해 온라인 후기를 미리 확인하고 꼼꼼하게 가격까지 비교하는 등 방대하게 사전 조사를 하는 것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따라서 고객들의 구매 의사 결정을 도울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지식을 갖춘 판매사원을 두지 못하면 매출을 올릴 기회를 잃을 수밖에 없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시각적인 마케팅 요소를 구현하지 못해도 마찬가지다. 그 어느 때보다도 영업력과 세일즈 마인드의 강화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 효과적인 판매 사원이 매장 매출 늘린다

효과적인 영업 역량을 지닌 판매사원을 확충하는 데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런 판매사원을 두면 매출을 늘릴 수 있다.

소비자들이 매장을 방문하기 전에 스스로 제품 정보를 조사하는 전형적인 품목인 가전제품의 예를 들어보자. 제품 판매 가격이 평균 200달러, 평균 총 마진이 가격의 10% 혹은 거래당 20달러 정도라고 치자. 역량 있는 판매사원 한 명을 고용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시간당 판매 대수를 한 개만 늘려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 여기에 상향판매(up-selling·어떤 상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고급 상품을 판매)나 교차판매(cross-selling·어떤 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비슷한 상품을 추가로 판매) 마진까지 감안하면 이 비용은 두 시간당 제품 한 개를 추가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회될 수 있다.

실제로 한 자립형(self-help) 의류매장은 고객들이 옷을 고르는 것을 도와주는 판매사원을 늘림으로써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판매 전환율이 이전보다 1.5∼2배 높아졌다. 분석 결과 판매 사원 한 명을 확충하는 데 소요된 비용도 평균 10∼15분(정규 영업시간 내) 안에 회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객들에게 최적의 매장 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영업력을 최적 규모로 구축하고 판매사원 교육을 충분하게 실시해서 이들이 적극적으로 판매에 임할 수 있게 동기를 유발해야 한다.

○ 숙련된 판매직원은 드물다

숙련된 판매사원이 일하는 모습을 주의 깊게 살펴본다면 대개 판매 기회 포착(open), 고객의 요구 파악(ask for needs), 제품 시연(demonstrate), 제품 판매 완료(close)라는 4개 핵심 단계를 거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단계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실행하는 판매사원들은 의외로 드물다. 예를 들어 한 매장의 판매사원들이 최종적인 판매 권유 단계까지 이르지 못하는 비율은 무려 86%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판매 프로세스를 제대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판매사원을 확보하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이는 곧 최적의 인재 확보, 효과적 교육 제공 및 적절한 성과 보상을 의미한다.

효과적인 판매사원들에게서는 고객 지원을 향한 높은 의욕, 외향적 성격, 일에 대한 열정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맥킨지가 소매 부문 판매사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이런 속성을 지닌 판매사원들은 전체의 4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유통업자들은 성공적인 영업에 필수적인 성격 및 속성을 지닌 인재들을 확보할 수 있게 채용 방식과 판매직 배치 방식을 재편해야 한다. 또 고객이 원하는 질문에 적절한 대답을 할 수 있도록 판매사원들에게 실질적이고 유용한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 매장 내 고객 경험을 개선하라

고객들의 구매 행태에 대해 주의 깊게 관찰해서 이를 매장에 반영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단순한 변화만으로도 매우 효과적으로 성과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주얼 머천다이징(visual merchandising·상품 전시를 시각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 가전 매장은 디지털 카메라 판매대의 상품 기능설명 문구를 수정했다. 소비자와 판매사원 모두 더 쉽게 이해하고 비교할 수 있게 단순화하는 데 역점을 뒀다. 메가 픽셀, 줌 사이즈 등의 전문용어 대신 ‘사진 확대 사이즈’ ‘촬영 거리’ 등 알기 쉬운 일반적 용어들을 썼다. 또 메모리카드 용량도 GB(기가바이트) 대신 카드 한 개에 저장 가능한 사진 수로 표기했다. 판매사원들은 기술적으로 상세한 내용을 암기하기보다는 고객 친화적인 시각적 효과를 이용해 더욱 자신감을 갖고 고객을 대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단위시간당 더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소비자들의 의사결정 방식을 고찰하는 것만으로도 영업 실적을 높일 수 있다. 한 목욕용품 체인은 고객들이 ‘기능’보다는 ‘향’을 중심으로 쇼핑을 한다는 점을 간파했다. 이에 따라 전체 매장의 레이아웃을 기능 중심에서 향 중심의 디스플레이로 재편해 카테고리별로 매출을 높일 수 있었다. 동일한 향의 다양한 제품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어서 고객들은 당초 사려고 했던 제품만 구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같은 향의 다른 상품들까지 추가로 구매했다.

정리=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 저널 DBR(동아비즈니스리뷰) 72호(2011년 1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타타車가 저가 자동차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Special Report


메르세데스벤츠는 트럭과 트럭 부품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고객들에게 트럭 운행거리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사업모델을 도입했다. 이는 트럭을 싸게 판매하고 부품 판매로 마진을 보완하는 식의 판박이 경쟁을 탈피하기 위한 아이디어였다. 인도의 타타자동차는 부품 모듈을 지방 소규모 공장에 보내 현지에서 부품을 조립한 뒤 차량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저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었다. 많은 기업들이 시장 내 입지와 매출 위협을 받을 때 상품에 기능 하나를 더 추가하는 등의 초보적인 방식으로 대응한다. 하지만 변동성의 시대에는 이것만으로 부족하다. 벤츠와 타타자동차가 가치와 운영 모델을 창의적으로 바꿔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적으로 혁신한 이유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모델은 언제 혁신해야 할까.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나서다가 그나마 있는 사업마저 망가지는 게 아닐까. 이병남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 공동대표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유형, 혁신의 시점, 혁신에 따르는 함정을 심층 분석하고 전략적 시사점을 소개한다.










일단 바꾸고 보자고? 습관적 변화는 毒일뿐

▼ Academia & Business


스웨덴의 볼보자동차와 영국의 톰 월킨쇼 레이싱은 1995년 합작회사인 오토노바AB를 설립했다. 장밋빛 기대와는 달리 볼보와 톰 월킨쇼 레이싱은 합작회사 경영과 관련해 자주 갈등을 빚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작회사의 조직 구조도 여러 번 바꿨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했다. 모(母)기업 간 갈등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800∼900대의 자동차가 배송되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합작회사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공장도 폐쇄 위기에 놓였다. 결국 1040명의 직원이 해고됐다. 환경 적응을 위한 구조 변화는 기업에 유익하다는 게 통념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국제 합작회사는 잦은 변화가 기존 관행을 파괴하고 관계를 악화시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정창화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폴 비미시 캐나다 IVEY 비즈니스 스쿨 교수와 함께 17년간 5053개 국제 합작회사를 대상으로 이 문제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이번 호에 실었다.








집토끼-산토끼 모두 잃는 어설픈 창조경영

▼ Mind ManagementNewsletter


김 사장은 2세 경영인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다가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회사를 맡았다. 김 사장은 ‘카피’를 주력으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기업이 아닌 창조적인 기업으로 회사를 재편하고 싶었다. 창조적인 직장을 만들려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아버지 때부터 오랫동안 회사에서 근무했던 임원들이 그런 분위기를 막는 것 같았다. 그는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명문대 출신 대기업 연구소 직원들을 영입했다. 그러자 기존의 연구소 직원들은 그들과 자신을 동급으로 대우해달라고 요구했다. 아버지 밑에서 오래전부터 일했던 임원 두 명도 회사를 나갔다.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막상 그들이 나가자 일이 돌아가지 않았다. 비싼 몸값에 영입한 직원들은 “단순한 일을 하려고 온 게 아니다”라며 기존 직원들이 하던 일을 맡지 않겠다고 버텼다. 여러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업성이 급격히 나빠진 회사는 결국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창조 경영에 대한 열정으로 충만했던 김 사장이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천편일률적인 창조혁신 전략의 위험성을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