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일본투어 상금왕에 오른 김경태(왼쪽)는 시력이 좋지만 이를 잘 지키기 위해 흐린 날에도 선글라스를 쓴다. 시력이 나빠 어려움을 겪었던 노승열(가운데)과 신지애는 최근 라식수술을 받았다. 둘은 내년부터 안경이나 렌즈 없이 경기에 나서게 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그래도 김경태는 시력을 잘 지키려고 흐린 날조차 선글라스를 애용한다. 중학교 때부터 캐디백에 필수품처럼 넣고 다녔다. “눈이 피로해지면 몸까지 덩달아 피곤해져요. 그래서 잘 관리해야 합니다.”
‘눈이 좋아야 골프가 잘된다’는 한 의약품 광고처럼 프로골퍼에게 시력은 경기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다. 올해 김경태와 함께 일본 무대에서 활약한 김도훈(넥슨)은 “일본의 골프장은 국내보다 훨씬 러프가 깊다. 공이 어디 떨어지는지 잘 못 보면 로스트볼로 벌타 받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올 아시아투어 상금왕 노승열(타이틀리스트)은 15일 서울 압구정성모안과에서, 신지애(미래에셋)는 그 다음 날 삼성서울병원에서 각각 라식수술을 받았다. 좌우 시력이 각각 0.4, 0.5 정도에 난시가 있던 노승열은 수술 후 1.0까지 회복돼 이번 주말 운동을 재개했다. 노승열은 “렌즈를 오래 착용하다 보니 안구 건조증도 생기고 비올 때 힘들었다. 이제 그런 불편함은 없을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난시가 심해 퍼트 라인 읽을 때 애를 먹었다는 신지애도 안경을 벗어도 될 만큼 시력이 좋아졌다. 그래도 아직은 어색해 알 없는 안경을 새로 맞춰 쓰고 다니기도 한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라식수술을 받고 이듬해인 2000년에 9승을 거두며 전성기를 맞았다.
라식수술이 꼭 성공의 보증수표는 아니다. 박세리는 수술 직후인 2000년 1승도 거두지 못하다 1년간의 적응기를 거쳐 다음 해 5승을 따냈다. ―10.0 디옵터에 고도 난시였던 재미교포 나상욱은 2007년 라식수술을 받았지만 수술 실패로 시력이 다시 나빠졌다. 재수술을 하려면 6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했는데 이 기간에 안경이나 렌즈를 낄 수 없어 흐릿한 시야로 대회에 출전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